“집은 역시 회사 옆이 최고”… 산단 인근 아파트에 쏠리는 눈

입력 2023-07-26 04:06
경기 용인 처인구 남사읍 일대를 담은 위성 사진. 한가운데 6700여 가구 규모로 조성된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가 보인다. 네이버지도

경기 침체 우려, 부동산 심리 위축으로 웬만한 집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시장이지만 지방이라도 “산업단지 인근 아파트라면 얘기가 다르다”며 특정 단지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대규모 회사 밀집 구역인 ‘산단’이 그 자체로 거대한 배후수요 노릇을 하는 데다 경기나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도 덜 휘둘릴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최근 자주 거론되는 사례는 경기 용인 처인구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다. 2015년 10월 공급 이후 7년 가까이 ‘미분양 무덤’으로 꼽힌 이 아파트는 단지가 자리 잡은 남사읍이 올해 3월 15일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낙점된 뒤 세간의 시선이 확 바뀌었다.

25일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가장 가구 수가 많은 용인한숲시티 5단지 전용면적 84㎡는 올해 3월 초만 해도 3억3500만~3억5700만원이던 매매가격이 같은 달 중순 이후 4억7500만원까지 단숨에 1억원 넘게 뛰었다. 올해 1, 2월 각각 11건, 24건에 불과했던 거래량은 3월에 110건으로 늘었다. 이 중 88건이 산단 후보지 발표일 이후 거래다.

산단 호재는 특정 단지가 아닌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을 들어 올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로 용인 처인구 아파트값은 산단 발표 직후인 3월 4주차부터 7월 3주차까지 17주 연속 오르며 4.37% 상승했다. 대전 유성구는 올해 2월 690가구였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국가 산단 조성 계획이 발표된 3월 64가구로 대폭 줄었다.

최근 공급 단지 분양 성적을 보더라도 ‘산단 프리미엄’에 대한 시장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충북 청주 테크노폴리스에 조성되는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73.75대 1)’ ‘해링턴 플레이스 테크노폴리스(57.59대 1)’ ‘청주 테크노폴리스 힐데스하임(75.27대 1)’은 모두 두 자릿수의 평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배후에 둔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 ‘고덕자이 센트로’도 평균 45.33대 1로 흥행에 성공했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짓는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12.11대 1)’도 미래 입지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았다.

분양 관계자는 “산단 인근 단지는 그곳 종사자를 중심으로 배후수요를 형성하다 보니 경제나 시장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며 “개발에 따른 지역 가치 상승, 인구 유입으로 인한 인프라 확장 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