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극장가 강타한 ‘바벤하이머’ 열풍… 이례적 동반 흥행 성공

입력 2023-07-25 04:07
영화 ‘바비’ 시사회를 찾은 관객 4명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AMC 영화관의 ‘오펜하이머’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에서 지난 주말 동시 개봉한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가 동반 흥행에 성공했다. 장르와 내용 등 모든 면에서 다른 두 작품을 함께 일컫는 ‘바벤하이머’ 밈(meme) 열풍에 힘입어 두 영화는 여러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바비는 지난 21일 개봉 후 주말 미국에서 1억5500만 달러(약 1987억4100만원)를 벌어들이면서 올해 최대 주말 개봉작이 됐다. 이 영화는 미국 외 해외시장에서 1억82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했다. 북미시장에서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린 작품에 등극했다. 여성이 감독한 영화 가운데 최대 수익이다.

같은 날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미국에서 805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바비의 수입에는 못 미치지만 R등급(17세 미만은 부모 동반 관람이 필수인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지난 12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1’의 지난 주말 수입은 1950만 달러에 그쳤다.

바비는 바비 인형들이 사는 가상세계를 그린 판타지 영화이자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를 풍자한 블랙 코미디다.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소재로 한 3시간짜리 전기 영화다.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에 영화 ‘바비’ 주인공을 합성한 이미지. 미 영화 매체 ‘디스커싱필름’ 트위터 캡처

개봉 훨씬 전부터 인터넷에서는 두 영화를 조합한 바벤하이머 용어와 장면을 결합해 만든 각종 밈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밈은 지난해 초 워너브러더스와 유니버설이 같은 날 바비와 오펜하이머를 개봉한다고 알리면서 탄생했다. 경쾌한 코미디 영화와 어두운 역사물이 ‘정반대’의 힘으로 시너지를 낸 것이다. ‘인간 상상력의 가장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볼 수 있다’며 두 영화를 같은 날 보겠다는 관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배우 톰 크루즈가 지난달 SNS에 “두 영화를 모두 보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이 현상에 활기를 더 불어넣었다고 CNN은 설명했다.

바비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마고 로비는 미 일간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바비와 오펜하이머는) 완벽한 동시 상영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먹고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과 같다. 둘 다 먹고 싶다”고 말했다. WP는 “바벤하이머가 밈에서 시장력으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전미극장주협회(NATO)는 지난 주말 두 작품을 보기 위해 AMC, 시네월드와 같은 주요 극장에 20만명 이상이 몰린 것으로 추산했다. 박스오피스 집계기관 ‘컴스코어’에 따르면 21~23일 북미 지역 영화관 수입은 3억200달러로 올해 들어 주말 극장 수입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벤하이머 열풍이 ‘거대 프랜차이즈’ 영화들에 대한 관객의 피로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WP는 “지난 몇 년 동안 시리즈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러한 영화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말의 대흥행은 독창적인 독립 이야기에 대한 관객의 갈증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