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레날린이 나와 통증을 잊고 경기에 전념했다.”
24일(한국시간) 영국 잉글랜드 위럴의 로열 리버풀GC(파71·7383야드)에서 끝난 제151회 디오픈(브리티시오픈)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거둔 김주형(21·나이키)이 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주형은 1라운드를 마친 뒤 숙소에서 미끄러져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마지막날 오른쪽 발바닥을 돌리지 못하고 지면에 대고서 스윙한 것은 그래서다.
경기를 마친 뒤 ‘부상 부위가 경기에 지장을 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주형은 “사실 2, 3라운드에 (발목 통증 때문에) 기권할 수도 있었다”며 “하지만 평소 꿈꾸던 이런 큰 무대에서 경기하게 된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고 라운드를 강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김주형은 발목 부상을 이겨내고 욘 람(스페인), 제이슨 데이(호주) 등 세계적인 톱 랭커들과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 김주형은 또 골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다. 국내적으론 한국인 디오픈 역대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이 대회에서 종전 한국 선수의 최고 성적은 16년 전인 2007년 최경주의 공동 8위였다. 아울러 한국 남자 선수가 메이저대회 2위 이상의 성적을 낸 것은 2009년 PGA챔피언십 양용은 우승, 2020년 마스터스 임성재 공동 2위에 이어 이번 대회 김주형이 세 번째다.
국제적으로도 만 21세인 김주형은 1976년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 이후 47년 만에 디오픈에서 2위 이상의 성적을 낸 최연소 선수가 됐다. 2011년에 세상을 떠난 바예스테로스는 19세 때인 1976년 대회서 준우승했다.
김주형은 경기를 마친 뒤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부상 부위에 대해 “어제보다는 상태가 좋았다”며 “이런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아드레날린이 나와 통증을 잊고 경기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US오픈 공동 8위에 이어 디오픈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낸 것에 대해 그는 “매우 만족스럽다”며 “(투어에 데뷔한) 작년에 비해 기대감이 더 커진 상황에서 실망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 공동 2위 상금 108만4625달러(약 13억9000만원)를 획득했다. 이로써 김주형의 이번 시즌 누적 상금액은 총 562만4032달러(약 70억원)가 됐다. 세계랭킹도 지난주 24위에서 7계단 상승한 17위에 올랐다.
다만 이번 디오픈 중계에선 준우승을 차지한 김주형뿐 아니라 임성재, 안병훈 등 한국 선수들의 모습이 거의 비치지 않아 일부 팬의 빈축을 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