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뼉치고 떼창하던 신병들 믿음의 군사로 거듭나

입력 2023-07-25 03:03
훈련병들이 23일 대구 북구 육군 제50사단 영내의 교회에서 머리에 손을 올리고 CCM ‘실로암’을 찬양하고 있다.

“탕자의 삶을 살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제 마음의 주인이 예수 그리스도임을 고백합니다.”

23일 저녁 대구 북구 육군 제50사단 영내 교회에서 만난 훈련병 나하진(24)씨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모태신앙이었으나 중간에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다. 교회 봉사가 어느 순간 일처럼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는 술과 담배에 의존하기도 했다. 인생의 씁쓸함을 느낄 무렵 그는 예수께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한 상태로 군 훈련소에 들어왔다. 나씨는 “훈련소에서 예배를 드리다 믿음의 불이 붙었고 예수님께 돌아가겠단 심정으로 세례식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육군 제50사단에서는 감리교군선교회(이사장 곽주한 목사)가 주관하고 목원대학교회(김홍관 목사)와 논산제일교회(경지환 목사)가 후원한 신병 세례식이 진행됐다. 다음세대인 청년들을 위해 군선교회와 기독대학, 지역교회가 함께한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 청년이 또래의 청년을 공감하고 위로하고 독려하는 자리였다. 세례식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세대를 위한 하나의 선교 전략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엿보였다.

50사단 군종참모 최용훈 목사는 “군대도 대학과 마찬가지로 새로 들어오는 인원이 점점 줄어 위기에 봉착했다”며 “대학과 지역교회가 함께 군사역을 돕는다는 것은 다음세대를 열어가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청년’이란 키워드로 함께 뭉치는 것 자체가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교회에는 군복 입은 인원들이 대형을 유지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훈련병이란 신분 때문이었을까. 앳돼 보이는 장병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호기심이 가득했다. 찬양단이 앞에 나와 찬양을 시작하자 이전 모습은 사라졌다. 한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했던 CCM ‘실로암’ 집단 합창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들은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손뼉을 치면서 소리 높여 찬양했다.

설교에 나선 김홍관 목원대학교회 목사는 ‘선한 목자되신 하나님’(시 23:1~6)이라는 제목의 말씀을 통해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겠다는 중요한 결단이다. 이 기회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되고 믿게 되고 믿음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희학 목원대 총장과 목원대학교회 목회자들이 훈련병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있는 모습.

이어진 세례식에서는 이희학 목원대 총장과 김홍관 김진혁 하혜승 백노아 목원대학교회 목사가 집례했다. 훈련병들은 두 줄로 선 채 긴장된 표정으로 세례 장면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이날 훈련 인원 350여명 중 122명이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났다. 약 35%가 기독교인이 된 셈이다. 복음화율이 2~5%에 그쳐 미전도종족으로 불리기까지 하는 다음세대엔 기록적인 수치다.

훈련병 이윤구(20)씨는 “훈련을 받으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어 군대에 적응을 못 했다. 그럴 때마다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다 보니 마음에 안정이 왔고 편안해졌다”며 세례받기로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목원대 이 총장은 축사에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낭독하면서 “여러분은 훈련병으로 작고 미미한 존재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오래 볼수록, 자세히 볼수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전했다. 이어 “신앙과 진리를 통해 용기 있게 살아가는 존재가 되길 축복한다”고 덧붙였다.

찬양으로 봉사에 참여한 목원대학교회 청년부 조민영(25·여)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군 장병들이 하나님을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고 오히려 제가 더 은혜받고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구=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