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에 구속에 비참했던 ‘황제주’… 에코프로는 무사할까

입력 2023-07-24 00:03

코스닥시장에서 16년 만에 ‘황제주’에 등극한 이차전지 기업 에코프로의 향후 주가 추이를 놓고 상반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황제주는 주가가 주당 100만원을 넘은 종목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미 시장의 예측 범위를 뛰어넘은 투자 과열 현상을 일으킨 에코프로의 앞날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코스닥 황제주들의 과거 주가 변화를 보면 에코프로의 미래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황제주 종목 대부분이 경영진의 부정행위 등에 휘말려 시장에서 퇴출당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의 역대급 상승세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지난 18일 종가기준으로 100만원을 뚫고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에코프로 상승세는 외국인이 이끌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에코프로 주식 552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달 순매수 규모(789억원)의 7배에 달한다. 에코프로는 지난 21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외국인 순매수 종목 2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114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에코프로는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에코프로비엠, 대기환경 개선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코프로에이치엔을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다. 전기차 수요 증가와 이차전지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에만 주가 상승 폭은 930%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에서 황제주의 등장은 찾기 어려운 현상이다. 지금까지 코스닥에서 주가 100만원을 돌파한 종목은 핸디소프트, 신안화섬, 리타워텍, 동일철강 4개뿐이다. 에코프로는 2007년 동일철강 이후 16년 만에 나타난 황제주로 기록됐다.

대부분의 코스닥 상장사 액면가는 100원, 500원에 불과하다. 대체로 액면가가 5000원 수준인 코스피 상장사에 비해 10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다. 자본금이 작은 코스닥 기업들은 거래량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액면가를 쪼개 상장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시 액면가 500원인 에코프로 주가가 100만원을 넘은 건 이례적이다.

줄줄이 상장폐지 된 황제주들


증권가에선 에코프로 주가 분석에 손을 놓고 있다. 이미 시장의 예상치를 벗어난 상승세를 보인 데다 개인 투자자들의 ‘에코프로 팬덤’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에코프로 주가를 밀어 올린 이차전지 종목 과열 현상이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 황제주에 올랐던 핸디소프트, 신안화섬, 리타워텍은 2000년대 IT붐 현상에 힘입어 등장한 기술주들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보일러 송풍기 제조업체를 전신으로 하는 리타워텍이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최유신 회장이 인수 후 개발(A&D) 방식으로 인터넷 회사를 줄줄이 사들이며 리타워텍의 몸집을 불렸다. A&D는 인수·합병(M&A)과 기술·개발(R&D)의 합성어로, 저평가됐지만 강력한 기술개발력을 보유한 회사를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2000년 초 2000원대였던 리타워텍 주가는 그해 5~6월 362만원까지 오르며 3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신안화섬 역시 리타워텍과 함께 A&D 테마주로 묶이며 2000년 초 7만원대에서 그해 말 102만원까지 폭등했다. 코스닥 1세대 벤처기업으로 꼽히는 핸디소프트도 인터넷, 정보통신주 붐에 올라타며 1999년 11월 상장 이후 2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장중 136만원까지 올랐다.

문제는 이들 종목의 대다수가 상장폐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리타워텍은 우량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주가가 올랐지만, 인수 재료가 떨어지자 300만원대였던 주가는 2000년 말 20만원대로 추락했다. 비정상적 주가 흐름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리타워텍은 경영진이 주가조작 혐의에 휘말린 뒤 코스닥에서 퇴출당했다. 신안화섬은 사명을 IHIC, 가오닉스, 스타맥스 등으로 바꾸며 성장을 꾀했지만 결국 회계처리 위반 등으로 상장폐지됐다. 핸디소프트도 최대주주의 횡령 혐의로 시장에서 사라졌다. 동일철강은 상장폐지되지 않았지만 액면분할을 반영한 수정주가 기준으로 현재 고점대비 91.7%나 주가가 빠진 상태다.

에코프로의 미래는

전문가들은 기업의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는 경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에코프로 역시 황제주 흑역사를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가 상승세를 발판 삼아 적극적인 기술개발 투자와 이를 통한 실적 개선을 추구하지 않으면 황제주의 위상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리타워텍의 경우 2000년대 매출은 23억원에 불과했던 반면 영업손실은 29억원, 당기순손실은 1조5000억원이나 됐다. 현재 에코프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0배 수준인데, 이 가치가 향후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어렵다. PER은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대비한 주가 수준을 뜻한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현재 주가에 근거하기보다는 시가총액, 최근 1년간 평균주가 등을 보고 판단해야 황제주의 진위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이 일부 경영진의 ‘돈놀이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코스닥시장은 미국의 나스닥시장과 달리 황제주에 오르면 네이버처럼 코스피로 이전해 소위 돈만 벌려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횡령 등의 비리를 저지르지 않도록 주가조작을 엄벌에 처하고 회계감사를 철저히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