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넘겼더니 ‘구멍’… 6년간 홍수 피해 지방하천 93%

입력 2023-07-24 00:04 수정 2023-07-24 00:04
육군 특수전사령부 13특수임무여단 장병들이 소방요원들과 함께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 지하차도에서 실종자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육군 제공

최근 6년 동안 홍수 피해를 본 시설의 93%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지방하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미호강 역시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지방하천에 대한 예산 지원을 늘리고, 국가하천으로 격상이 필요한 하천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재정분권 정착과 지방이양 사업 평가’ 보고서를 보면 2017~2022년 홍수 피해액은 지방하천이 2731억원으로, 국가하천(529억원)의 5배가 넘었다. 시설물 기준으로는 90% 이상이 지방하천이었다.

지방하천의 피해 규모가 큰 것은 하천 정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국가하천 정비율은 95.0%인 데 비해 지방하천은 77.5% 수준에 그쳤다.


지방하천의 정비율이 낮은 것은 정비지원 예산이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관리가 미흡해졌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지방하천 정비 예산이 지자체로 옮겨간 이후 사업 예산이나 실적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에서 하천 정비를 후순위로 미뤄 폭우 등 재해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예정처는 “지방하천 정비, 소하천 정비, 생태하천 복원 사업의 경우 중앙부처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조사됐다”며 “현저하게 예산이나 실적이 감소하는 등 지자체의 관리가 미흡할 경우 중앙-지방 간 협력을 강화하거나 기능을 재배분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천법에 따라 국가하천은 환경부 장관이 지정하게 돼 있다. 유역면적 합계가 200㎢ 이상이거나, 다목적댐의 하류 및 댐 저수지로 인한 배수 영향이 미치는 상류의 하천 등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범람으로 인한 피해, 하천시설 또는 하천공작물의 안전도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국가하천으로 승격되는 하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가하천은 현재 73개가 지정돼 있다.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로 범람한 미호강은 ‘무늬만’ 국가하천이었다. 환경부는 국가하천 중 5대강 본류와 일부 국가하천만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는 국고 지원 방식으로 지자체에 위임하고 있고, 미호강 역시 환경부에서 충북도로, 다시 청주시로 재위임해 관리 중이었다. 이 때문에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한 이후에도 관리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올해 환경부의 하천 홍수 등 재해·재난 및 사고예방 예산은 1조2421억원이다. 이 중 국가하천 정비는 4510억원, 국가하천 유지보수는 2508억원이 배정돼 총 7018억원이 집행되고 있다. 내년 예산에는 국가하천 정비와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예산이 더 늘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는 방법으로 예산이 지원될 수 있다”며 “지방하천은 큰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로 제방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어서 국가하천으로 승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수에 취약한 지방하천부터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