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량 늘었는데 가격은 8개월째 고공행진… 닭고기값 ‘미스터리’

입력 2023-07-24 04:06
사진=뉴시스

세종시에 사는 주부 A씨(63)는 22일 인근 농협하나로마트에 찜닭용 생닭을 사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진공 포장된 생닭 한 팩에 9000원 안팎인 가격표를 보고 살까 말까 망설였다. A씨는 “한 팩에 1㎏이 좀 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3팩을 사려다가 2팩만 샀다”고 말했다. 그나마 할인된 가격이었는데 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닭고기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삼계탕 등의 재료로 쓰이는 육계 사육 마릿수가 늘어났는데 닭고기 가격은 내려가기는커녕 오르고 있다. 23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당 육계 소비자 평균 판매 가격은 전년 동월(5719원) 대비 12.6% 오른 6493원으로 집계됐다. 육계 소비자 판매 가격은 지난해 10월(5364원) 이후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상승했다. 8개월 새 1000원 넘게 뛰어올랐다.


닭고기 가격 상승 배경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꼽힌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급등한 사료 가격이 닭고기 가격을 오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료 가격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통계청이 지난 21일 발표한 2분기 가축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 2분기 육계 사육 마릿수는 1억1087만 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462만 마리(4.3%) 증가했다.

국제곡물가격도 떨어졌다. 국제곡물가격지수는 지난 1월 147.5를 기록한 뒤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126.6을 기록하며 1월과 비교해 14.2% 하락했다. 공급도 늘었고 사료 가격까지 내려가는 추세인데 육계 가격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닭고기 가격 인상의 원인을 수해 피해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6시 기준 육계 피해 규모는 65만 마리다. 하지만 이 같은 피해 규모는 가격을 크게 올릴 만한 주된 원인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2분기 육계 사육 마릿수가 전년 대비 462만 마리 늘었기 때문이다.

닭고기 가격 급등에 정부는 육계 수입 확대 카드를 꺼냈다. 정부는 지난 2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관세율 0%인 할당관세 대상 닭고기 3만t을 다음 달에 전량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물량을 더 늘리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추 부총리는 “추가 도입 절차도 착수해 단기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