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갈릴리’ 걸으며 숭고한 선교 역사 기린다

입력 2023-07-24 03:02
전북 군산 수덕산에 세워져 있는 전킨·드루 선교사 선교 기념비.

“조지 시드니 프랜시스. 세 아들 이름입니다. 그는 첫째 아들을 두 살 만에, 둘째 아들을 생후 2개월 만에, 셋째 아들을 생후 20일 만에 떠나보냈습니다. 한 아이를 묻은 무덤에 풀이 자라기도 전에 또 다른 아이의 죽음을 맞고, 그 아이의 무덤에 풀이 자라기도 전에 세 번째 아이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던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 슬픈 아버지는 우리나라 호남 지역 선교의 개척자 윌리엄 매클리 전킨(한국명 전위렴) 선교사다. 그는 1891년 안식년차 미국에 들렀던 언더우드 선교사로부터 “조선에 선교사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듣고 자원해 조선을 찾았다. 1895년 호남 최초로 군산 일대에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웠고 전주 익산 김제 지역을 오가며 선교했다. 전킨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 서종표(군산중동교회) 목사는 지난 21일 전주기독교근대역사관 인근 선교사 묘역에서 “43세의 젊은 일기로 순교한 전킨 선교사는 세 아들을 잃는 아픔 속에서도 ‘오직 선교’라는 소명 의식으로 선교지였던 호남 지역을 끌어안은 하나님의 충성된 일꾼이었다”고 소개했다.

전주기독교근대역사관 인근 언덕에 조성된 선교사 묘역.

전북 지역은 국내에서 복음화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한국의 갈릴리’로 불린다. 전북CBS는 전주시, 성지순례 전문여행사 돌봄여행사와 함께 전북 지역 순례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국민일보는 20일부터 21일까지 순례길 탐방단과 동행했다.

순례길 1코스는 전주 한옥마을 인근 반경 2㎞ 구간을 잇는 순례길이다. 전주시근대역사기념관을 출발해 한강 이남 최초의 근대식 의료시설인 예수병원, 학생 항일운동의 중심지 신흥학교를 거쳐 김인전 목사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전주 서문교회, 남문교회에 이르는 코스는 전주의 ‘바이블 벨트’로 불린다.

2코스는 전북에 60여 교회를 개척한 루터 올리버 매커천(한국명 마로덕) 선교사의 길을 잇는다. 매커천 선교사는 전주와 완주, 진안 등지에 교회를 세우며 ‘복음의 족적’을 남겼다. ‘마로덕’이라는 한국식 이름에는 ‘말을 타고 험한 길을 건너 덕을 전한 사람’이란 뜻이 담겨 있다.

전주 신흥고 본관 앞에 세워진 포치(porch) 모습.

3코스는 ‘근대 도시’ 군산과 김제를 연결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수탈의 아픔을 겪었지만 복음으로 치유돼 다시 일어선 두 도시의 역사를 순례자의 발걸음으로 따라간다. 옛 군산세관을 출발해 신흥동 일본식 가옥 등이 자리한 군산 근대화 거리를 가로지르면 아펜젤러순직기념관을 마주하게 된다. 한국 최초 감리교 선교사인 그는 1902년 성경번역 모임 참석차 목포로 가는 도중 군산 앞바다에서 선박 충돌사고로 순직했다.

초창기 호남 선교 기지인 구암교회는 순례 여정의 백미다. 1919년 3·5만세운동이 벌어진 장소로 옛 예배당은 현재 기념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호남 선교의 문을 연 곳이자 독립운동의 성지인 구암교회에서 민족과 함께 호흡해 온 한국 기독교 정신을 되새겨 볼 수 있다.

새만금 방조제(33.9㎞)를 내달려 만경평야에 다다르면 ‘노아의 방주’를 본떠 지은 김제 죽동교회를 볼 수 있다. 벽돌로 쌓아 올린 아담한 예배당으로 이 동네의 숨은 ‘사진 맛집’이다. ‘기역(ㄱ)자’로 유명한 금산교회에서는 ‘남녀칠세부동석’의 전통문화와 어우러진 초기 교회 모습을 엿볼 수 있다.전주·

전주·군산=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