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은 노아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을 때의 상황을 그립니다. 하나님의 완전한 창조 세계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아담과 하와의 타락으로 어떻게 훼손돼 확대 재생산되는지를, 그리고 하나님의 피조물이기를 거부하고 하나님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 딸들의 아름다움에 빠져 혼인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결혼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아우구스티누스 루터 칼뱅 등 교회사 속에서 여러 설교자는 하나님의 아들들을 셋의 자손으로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그의 통치 아래 사는 그의 백성임으로 해석했습니다. 또 사람의 딸들은 가인의 후손들로 세상을 예배하고 하나님의 통치를 거부하는 인간을 대표한다고 봤습니다. 이때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용사, 네피림들이 세상을 차지하고 있었답니다. 노아의 시대에는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활개 치고 득세하던 시대라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을 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성경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5절)
하나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사람을 지으신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어떻게 앞을 예상하지 못하고 사람 때문에 후회하셨다고 말씀을 하시는 걸까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가진 우리에게 매우 충격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후회하시다’로 번역된 단어는 ‘나함’이라는 동사입니다. 이 단어는 ‘깊이 숨 쉬다’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 말에 ‘한숨’이라는 말과 비슷한 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함’ 하셨다고 할 때 의미는 우리가 그렇듯 어떤 잘못된 일에 대해 후회한다는 의미보다는, 그 잘못된 일을 보며 깊이 한숨을 내쉬며 가슴 아파하시는 하나님을 표현합니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지만 동시에 인격적이어서 망가지고 깨어진 우리를 보시며 안타까워하시며 슬퍼하십니다.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현실 앞에 사람만 슬픔과 고통을 느끼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도 아파하고 안타까워하십니다. 우리의 하나님은 ‘나함’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하지만 여기에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함’은 망가진 세상과 사람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위로’로 이어집니다. 하나님의 위로는 상처로 얼룩진 땅을 회복하고 치유하십니다. 독특하게 이 ‘나함’이라는 단어는 ‘위로하다, 안위하다’라는 뜻으로도 사용됩니다. 노아의 이름의 뜻은 ‘위로하는 자’입니다. ‘나함’ 하시는 하나님은 노아와 그의 가족을 통해 이 세상 고통과 아픔을 위로하셨고 위로하는 자 노아를 통해 새로운 창조의 드라마를 써 내려 가십니다.
구약성경 속 믿음의 사람들은 ‘나함’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 세상의 아픔과 고통의 현실을 자신의 아픔과 고통으로 여기며 함께 아파할 줄 아는 영적 감수성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무너지고 망가진 사회와 사람들을 보시고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심장, 하나님의 위로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지요.
전국에 내린 집중 호우로 큰 어려움과 인명 피해의 소식을 듣습니다. 고통과 아픔 속에 신음하는 사람과 자연과 세상을 보시고 누구보다도 하나님은 ‘나함’ 하시고 가슴 아파하십니다. ‘나함’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듬고 치료하는 위로자로 살아갑시다. 이 세상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아파할 줄 알고 위로하고 보듬고 치유하는 하나님의 위로자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김완진 한동대학교회 목사
◇한동대학교의 신앙공동체를 대표하는 한동대학교회는 교직원과 학생을 포함한 교인들을 양육하고 세상으로 파송함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예배하는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