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3000~4000원 하던 시금치 한 단(250g)이 7000원을 웃돈다. 적상추(200g)는 4000원, 깻잎(30속)은 2000원 정도로 한 달 전에 비해 각각 346.6%, 80.2% 올랐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지난 21일 기준). 안정세였던 채소 값이 뛴 건 날씨 때문이다. 장마가 계속되면서 일조량이 줄어들고 야채 수확이 감소한 탓이다.
올해는 유독 심하다. 적도 부근 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 영향으로 장마는 점점 더 길어지고 강수량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집중호우로 서울 여의도의 121배에 달하는 농지가 침수·낙과 등의 피해를 입었다. 특히 상추와 깻잎의 주산지인 충남 논산·금산의 폭우 피해가 컸다. 8월 폭염과 9월 태풍 등 앞으로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농산물 가격 상승세는 추석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날씨로 인한 물가 상승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국 BBC 시사 프로그램 ‘뉴스 나이트’는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고물가 기획을 다루며 기후(climate)와 고물가(inflation)의 합성어인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이라는 신조어를 소개했다. 이상 기후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식품 물가가 뛰는 현상을 말한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5월 독일의 포츠담기후변화연구소와 함께 관련 보고서를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요인을 빼고 기후 요인이 물가를 끌어올린 결과를 계산했더니 지난해 전체 물가상승률이 0.67% 포인트 더 높아졌다. 2035년에는 기후 위기로 세계 식품물가 상승률이 3.0% 포인트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설탕 생산에 차질이 발생해 초콜릿과 사탕 등의 가격이 상승하는 슈거플레이션(sugarflation), 우윳값이 올라 베이커리·치즈·아이스크림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milkflation)이라는 조어에 이어 기후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전쟁이나 국제 유가 인상이 아닌 기후 위기까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는 시대다. 무분별한 탄소 배출이 지구 온도뿐 아니라 물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