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암 주사, 복강 도달률 낮아
1년 생존 확률 최대 40% 불과
서구에선 대장·난소암 등에 시행
국내 12개 대학병원 임상연구 중
2상서 6개월 이상 생존률 80% 넘어
복막 전이 대부분 사라진 경우도
1년 생존 확률 최대 40% 불과
서구에선 대장·난소암 등에 시행
국내 12개 대학병원 임상연구 중
2상서 6개월 이상 생존률 80% 넘어
복막 전이 대부분 사라진 경우도
2020년 기준 국내에서 4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위암은 건강검진 활성화 등으로 60~70%가 조기(1·2)에 진단되고 있다. 이 경우 내시경으로 살짝 도려내거나 수술로 절제하면 90% 이상 완치된다. 나머지 30~40%는 암이 진행·재발된 상태로 발견돼 항암요법 등 다른 치료법을 강구해야 한다. 4기 위암의 40% 가량은 치료가 아주 까다로운 '복막 전이'로 나타난다. 이런 복막 전이 위암은 연간 1000명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복막은 배 안의 장기를 둘러싼 얇은 막이다. 위 대장 간 담도 췌장 맹장 난소 자궁 등 복강 내 장기에서 생기는 모든 암은 복막 전이를 일으킬 수 있는데, 특히 위·맹장·난소암이 복막으로 잘 퍼진다. 대부분의 복막 전이는 일반적인 전신 항암요법(항암제 정맥 주사)이 잘 듣지 않아 예후가 좋지 못하다.
위암은 다른 암에 비해 복막 전이 시 치료 반응이 더욱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임상종양학회지 보고에 의하면 복막 전이 위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6~10개월, 1년 생존 확률은 16~40% 정도에 그친다.
고려대 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김종한 교수는 24일 “복막 전이 위암은 치료가 힘들고 항암요법 역시 크게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그간 고식적인 치료만 행해져 왔다”며 “하지만 근래 복막 전이 환자도 ‘포기의 영역’에서 ‘치료의 영역’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희망적인 연구가 시도되고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복강 내 항암요법’으로, 대한위암학회가 별도 연구회를 구성해 한국 실정에 맞는 표준화된 치료법을 개발 중이다. 고대 구로병원이 주도하고 12개 대학병원이 참여해 2021년부터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위암의 복막 전이는 위벽을 뚫고 나온 암세포가 위의 아래쪽 ‘대망’(위의 만곡부와 대장 사이 지방 조직)에 먼저 씨앗을 뿌리고 이후 복막 전체로 번지는 게 일반적이다.
김 교수는 “위암은 다른 장기 암에 비해 복막 전이의 속도가 빠르고 소장을 침범하면 식사 등이 어려워 기존의 전신 항암요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 전신 항암치료를 하더라도 ‘복막-혈장 장벽’으로 인해 복강 안으로 항암제 도달률이 5% 미만에 그쳐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복강 내에 직접 항암제를 주입해 치료하는 ‘복강 내 항암요법’이 고안됐다. 배에 작은 구멍(항암 포트)을 뚫고 3~4주마다 한번씩 복강 안에 항암제를 투입하는 방법이다. 서구에서는 대장·난소암 등에서 수십 년 전부터 시행돼 왔다.
2000년대 이후 난소암의 복막 전이에서 기존 항암제(시스플라틴 등)와는 다른 특성의 ‘파클리탁셀’을 이용한 복강 내 항암 치료 연구가 활발해졌다. 분자량이 큰 파클리탁셀은 흡수가 잘 안돼 배 안에 오래 머물며 염증 반응이 적고 다른 항암제 보다 복막-혈장 장벽 투과율이 높은 편이다.
위암 복막 전이 치료의 경우 최근 일본에서 파클리탁셀을 활용한 3상 임상연구가 유일하게 진행돼 생존율을 높이는 등 좋은 성과를 보고한 바 있다.
국내에선 12개 기관이 참여하는 1·2상 임상연구가 지난해까지 환자 등록을 마치고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김 교수는 “1상 연구에서 표준 치료 용량이 결정됐고, 지난해 5월까지 등록된 총 28명 대상 2상 연구에선 치료 후 80% 이상이 6개월 넘게 생존했다. 특히 치료 효과 판정을 위해 수술받은 9명 중 8명에서 복강 내 전이 정도를 평가하는 ‘복막암 지수(최저 0점, 최고 39점)’가 치료 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2021년 9월 복막 전체에 암이 퍼진 진행성 위암 진단을 받아 절망 상태였던 A씨(41·여)는 운좋게 이 2상 연구에 참여해 해당 치료를 8차례 받고서 복막암 지수가 14점에서 1점으로 확 떨어졌다. 대부분의 복막 전이가 사라진 것이다. A씨는 2년 가까이 생존해 있다.
연구회는 올해 안에 117명 대상 3상 임상연구에 착수해 기존 전신 항암치료 대비 복강 내 항암요법의 유의한 생존율 향상을 확인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다만 일본 서구와 달리 한국에서는 복강 내 파클리탁셀 항암요법이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직 제도권(비급여 혹은 급여)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임상3상 연구에서 좋은 결과를 보인다면 제도권 내로 신속 진입해 삶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안타까운 복막 전이 위암 환자들에게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복강 내 항암요법, 면역 항암제 등 새로운 치료법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 만큼 복막 전이 판정을 받더라도 너무 낙담하지 말고 민간 요법에 의존하기 보다 국가기관에서 승인한 임상연구 등을 활용해 치료받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