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갑질’ 의혹 교사 60여명 조사

입력 2023-07-22 04:09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향한 추모의 메시지가 적힌 메모들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이 학교 교사 전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교사단체 등을 통해 제기된 학부모의 ‘갑질’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와 별도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도 진상 규명에 나섰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이초 교장과 교감, 교사 등 60여명을 순차적으로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교사단체 등이 A교사가 숨진 배경에 학부모의 갑질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진위 파악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A교사 사망 이후 A교사의 일기장과 메모지 등을 바탕으로 사망원인 등을 분석해왔는데 특정 인물이 A교사를 힘들게 한 정황은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A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알려진 이후 서이초 학생 학부모들의 갑질 제보가 속출한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제보에 따르면 A교사는 담임을 맡은 반에서 한 학생이 교실에서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벌어진 뒤 가해 혹은 피해 학부모로부터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통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앞서 A교사의 사망 배경으로 지목된 ‘학폭 사안’과 같은 건이다.

A교사는 동료 교사에게 “내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 준 적이 없고 교무실에서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소름 끼친다. 방학 후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폭 사안과 관련해 학부모가 직접 교실까지 찾아와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며 폭언을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후 근황을 묻는 동료 교사의 질문에 A교사는 “작년보다 10배 더 힘들다”고 답했다고 한다. 경찰 수사 결과 학부모의 과도한 갑질이 확인되면 모욕, 협박, 업무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갑질 의혹이 잇따르자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경찰과 별도로 합동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교육부와 시교육청의 합동 조사는 숨진 A교사가 학부모로부터 과도한 민원에 시달렸는지, 이 과정에서 심각한 교권 침해가 발생했는지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서울시교육청과 합동조사단을 꾸려 경찰 조사와 별도로 사망하신 교원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서이초를 방문해 A교사를 추모한 뒤 “일부 학부모의 갑질, 민원 제기가 있었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사실 확인을 해보려 한다”며 “교육청 차원에서도 (교사 죽음에) 학교폭력 사안이 있다든지, 일부 학부모의 공격적인 행동이 있었다든지 하는 보도들에 대해 점검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