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잘못이 아니에요” 극단선택 교사 추모 물결

입력 2023-07-21 04:06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서이초등학교 앞에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는 수백개의 근조화환으로 에워싸였다. 최근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 학교 20대 교사 A씨를 추모하는 행렬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온 화환에는 ‘선생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선생님이 학교에서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길’ 등 조문을 적은 리본이 달렸다. 정문 주변도 추모글이 담긴 포스트잇으로 도배됐다.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와 배경을 두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여러 얘기가 나돌고 있다. 교단에 선 지 1년여 된 신규 교사인 A씨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A씨의 외삼촌 B씨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젊은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원인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그는 “온라인상에 확인되지 않은 여러 글이 올라와 고인의 부모는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며 “학부모의 갑질이 됐든, 악성 민원이 됐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됐든 이번 죽음과 관련이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 측은 ‘A씨가 학부모 민원으로 힘들다고 동료에게 이야기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해당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한 학부모가 수십 통의 전화를 걸어와 괴롭게 한다는 취지로 동료에게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름 끼친다. 방학하면 휴대전화를 바꿔야겠다”는 언급도 했다는 게 제보 내용이다. 노조 측은 “A씨 학급에 일어난 ‘학생 간 사안’ 이후 발생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노조 측은 “지난주 A씨가 맡았던 학급에서 학생끼리 사건이 있었다. 한 학부모는 이 사건을 이유로 교무실에 찾아와 A씨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 학교 교장은 입장문을 내고 온라인에서 떠도는 의혹 상당수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고인의 담당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니었으며, 온라인에서 거론된 정치인의 가족은 이 학급에 없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다만 A씨 학급에서 발생했다는 학생 간 사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동료 교사들과 추모객들은 추모제를 열고 교내 진입도 시도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방과후 수업 진행’ 등의 이유로 거부했다. 경찰도 교내 출입을 막았다. 추모객들과 경찰·학교 간 실랑이 끝에 서이초 측은 정문 주변에 임시분향소를 설치했다.

백재연 성윤수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