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수해 피해복구를 위한 예산 마련 방식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9일 경북 안동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전국적으로 발생한 수해 복구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각 부처의 기존 재난·재해 관련 예산을 집행하고, 부족하면 재난 목적 예비비 2조8000억원 등을 쓰면 된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상황에서 추경안을 편성하고 심사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며, 재난 관련 예산을 시급하게 집행하는 일부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수해복구 여·야·정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한 것을 두고도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를 뺀 ‘여야 협의체’를 역제안하면서 민주당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20일 정부를 뺀 ‘여야 TF’를 다시 제안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여야가 힘을 모은다는 취지라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수해 관련 법안의 입법도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7·8월 임시국회에서 수해 관련 법안의 신속처리를 합의했다. 그러나 각 법안이 여러 상임위에 흩어져 있어 효율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법 제정안’을 두고는 여야 의견 차이가 극명하다. 이 법안은 환경부가 도시침수방지대책을 총괄하고 10년마다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침수대책 관련법을 굳이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의 ‘자연재해대책법’을 손질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지하차도 등 지하공간 소유·관리 주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자연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부·여당은 문재인정부 시절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간 ‘물 관리 권한’을 국토부로 다시 원상복귀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권은 또 이명박정부 당시 4대강 후속 사업이 중단된 것을 수해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예고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포스트 4대강 사업’이라고 지칭했다.
민주당은 ‘재난의 정쟁화’라며 맞서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은 재난의 원인을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리지 말라”며 날을 세웠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