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구명조끼 착용했어야”… 재난현장 관행적 투입 비판도

입력 2023-07-21 04:06
지난 19일 오후 경북 예천군 호명면 선몽대 인근 하천에서 수색작업을 하다 실종된 해병 장병을 찾기 위한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구명조끼도 지급받지 못한 채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해병대원 고 채수근(20) 상병 사건에 대해 해병대는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맞았다”고 밝혔다.

최용선 해병대 공보과장은 20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당시 구명조끼는 하천변 수색 참가자들에게 지급이 안 됐다”며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고 규정과 지침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시 현장 소방 당국이 ‘인간 띠’ 형태의 하천변 수색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는지 여부에 대해 “사고 경위를 수사기관이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해병대 1사단은 전날 수색에 투입된 장병들에게 구명조끼는 물론 기본적인 안전장치를 제공하지 않았다. 투입된 장병들은 인간 띠를 만들어 강바닥을 수색했다. 이들은 일렬로 4m 정도 거리를 두고 9명씩 짝을 맞춰 장화를 신고 수색에 투입됐다.

사고가 난 내성천 주변은 일반 하천과 다른 환경이어서 현장에 대한 충분한 고지가 없는 군 인력 동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은 내성천은 다른 강과는 달리 모래강이어서 갑자기 계곡처럼 3m씩 깊이 빠지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근본적으로 재난이나 재해 전문가가 아닌 군인을 하천 수색 현장에 관행적으로 투입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의견도 많다. 채 상병을 비롯해 수색 현장에 투입된 병사들은 군사훈련을 받았을 뿐이고, 지휘체계에 있는 군인들 역시 재해 전문가가 아닌 만큼 투입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또 소방대원 등은 경험이 있고 스스로 판단할 여지가 많지만 지휘체계에 따라야 하는 군 장병의 경우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군 장병들은 재난·재해 지역에 투입하더라도 복구나 현장 정리 등에 한정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북도소방본부는 전날 해병대 측이 “소방 당국과 협의가 이뤄진 하천 간 도보수색 활동이었다”고 설명해 마치 수색이 소방 당국의 지휘나 통제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보여지자 즉각 해명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날 “해병대의 수색은 하천 안으로 들어가는 수중수색이 아니라 하천변에서 실시하기로 협의했고, 해병대 측이 수색 범위가 넓다는 이유로 일정한 구역을 정해주면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해서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중수색이 아닌 하천변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하면 통상적으로 소방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는다”며 “해병대 측도 하천변 수색에 나섰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에 따라 장화를 신고 구명조끼는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천=김재산 기자, 박준상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