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 참사가 ‘인재’를 넘은 ‘관재(官災)’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당국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앞서 2011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사고 등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배상 책임이 인정된 전례가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20일 “공무원이 법상 관리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사망 사고로 이어진 점 등이 입증되면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소송에서는 충분히 예방 가능한 재난이었는데 담당 공무원이 교통통제 등 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 공공시설 관리에 잘못이 있었는지 등에 따라 배상 책임이 가려진다. 즉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인한 사망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경우 미호천 임시제방 붕괴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 하천 범람 경보와 112신고에도 불구하고 도로 통제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책임 소재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재난에 정부 배상 책임이 인정된 대표 사례는 서울 우면산 산사태다. 2011년 7월 폭우로 산사태 등이 발생해 78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고다. 당시 승용차를 운전해 서울 남부순환도로를 지나가다 우면산에서 내려온 토사물에 매몰돼 숨진 A씨(45) 유족들이 낸 소송에서 법원은 정부 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 2017년 국가와 서초구가 A씨 유족들에게 총 1억1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고,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당시 서초경찰서는 관할 구역에 물과 토사가 쏟아져 내린다는 보고를 받고 남부순환도로 우면삼거리 지점 등 진입 차량을 전면 통제했다. 반면 방배경찰서는 산사태 발생 후에야 관할 구간을 전면 통제했다. 남부순환도로에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모두 방배경찰서 관할 구간에서 사고를 당했다. 서울고법은 방배경찰서가 도로교통법 등에 따라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지 않은 것은 위법한 직무집행이었다고 판결했다. 또 서초구는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경찰 등 유관기관에 경보를 전달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됐다.
2019년 대법원은 우면산 산사태로 매몰돼 사망한 70대 피해자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도 지자체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서초구가 경보를 발령했거나 대피 방송을 했다면 피해자가 대피했을 가능성이 컸다고 판단했다.
부산 구평동 산사태 사고에서도 국가 책임이 인정됐다. 2019년 10월 부산에 내린 집중호우로 사하구 한 야산이 붕괴해 주민 4명이 숨졌다. 조사 결과 국방부가 1983년 연병장을 만들면서 석탄재 등을 매립해 쌓은 흙더미가 무너져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국방부가 흙을 쌓아 만든 경사면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사망자 1명당 위자료 1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항소심을 거쳐 확정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