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 이어 이번엔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 군 수송선으로 간주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국제 곡물가가 9%까지 급등했고, 저소득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9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 시각으로 7월 20일 0시를 기점으로 흑해 해역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 군 수송선으로 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박 국적국은 우크라이나 정권에 선 분쟁 당사국으로 간주된다”며 “흑해 국제수역의 남동부와 북서부는 당분간 항행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NYT는 “우크라이나가 협정 파기 이후에도 흑해 곡물 수출을 계속 시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러시아의 이번 발표로 쉽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짐 게를라흐 A/C 트레이딩 사장은 “상황이 다시 격해지고 있고, 유럽의 ‘빵 바구니’인 그곳(흑해)에서 화주들이 철수하는 중”이라고 BBC에 말했다.
러시아의 발표 직후 국제 곡물가는 급등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밀 선물가격은 9%까지 올랐는데, 이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수치다. 유럽증권거래소 밀 가격도 전날보다 8.2% 올랐다.
유엔 세계식량계획 수석경제학자 아리프 후세인은 “이미 수십개국의 인구 수백만명이 두 자릿수의 물가상승률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에서 곡물협정 중단 시점은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