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남동부 발칸반도의 불가리아 릴리산맥에 걸쳐 있는 벨리이스크르 마을. 해발 1500m에 위치한 골짜기 마을에 들어선 ‘독수리 둥지’ 리조트에서 불가리아 알바니아 튀르키예 등 발칸반도와 인근 접경국가에서 사역하는 9개국 선교사 자녀(MK·Missionary Kids) 50여명과 스태프 선교사 등 100여명은 보름간 특별한 ‘여름휴가’를 보냈다.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이곳에서 열린 ‘2023 발칸 MK 캠프’ 참석자들은 말씀과 기도로 영적 회복을 경험했다. 평소 접하기 힘든 모국 음식을 나누고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인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을 심는 시간이기도 했다.
2013년 처음 열린 발칸 MK 캠프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원종숙 불가리아 선교사는 동료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캠프를 열어 평소 부족한 한국어 학습과 상담을 통해 MK를 돌보는 사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캠프 사역을 시작했다. 이후 매년 7월이면 2주간 MK를 위한 캠프를 열고 있다.
올해 캠프에는 예년보다 두 배 가까운 신청자가 몰렸다. 캠프를 총괄 기획한 김아엘 불가리아 선교사는 2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캠프 임원들은 캠프 참석자인 MK 51명이 ‘하나님이 보내주신 캠프 사역 10주년의 선물’로 생각했다”며 “일대일로 동역한 참석자와 스태프가 기도 제목과 비전을 나누고 아픔까지 보듬으며 함께 기도했다”고 말했다.
통상 일주일 안팎으로 진행되는 수련회와 달리 2주간 진행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김 선교사는 “대부분 유럽 공교육 기관의 여름방학 기간은 두 달에서 길게는 넉 달까지 이어진다”며 “긴 여름방학 동안 부모의 사역으로 외로운 방학 생활을 보내는 MK들이 많아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K들이 마음을 열고 충분히 소통할 수 있도록 기간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프는 아침체조와 말씀묵상, 국어교육, 특별활동과 특강, 저녁 찬양과 감사 나눔을 통해 공동체 삶을 경험하도록 한다. 특히 MK들이 자신의 정체성(한국인·크리스천·사명자)을 잃지 않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둔다. 이 때문에 모국어로 자기 의견을 자신 있게 표현하도록 훈련하는 한국어 학습에 정성을 들인다. 외부 강사에 의존하지 않고 참석자 부모나 인근 나라 선교사들이 교사이자 친구 역할을 하며 동고동락하는 것도 이 캠프만의 특징이다.
김 선교사는 “이런 시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 MK들이 선교지에서 당당하게 학업에 임하고 부모의 동역자로 세워지고 있다”며 “(발칸반도 선교사들은) MK를 포함해 다음세대의 세 가지 정체성을 세워주는 사역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튀르키예 MK인 서희대(14)군은 “매일 저녁 다 같이 모여 예배를 드리며 은혜를 받았다. 특히 감사 나눔 시간을 통해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