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사·청주시장 중대시민재해 1호 처벌?… 경찰 “검토”

입력 2023-07-20 00:04 수정 2023-07-20 00:04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4개 단체와 유족들이 1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충북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참사를 ‘인재’로 규정하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경찰이 1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전담수사본부 구성원을 전격 교체했다. ‘셀프 수사’ 지적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사본부장은 기존의 송영호 충북경찰청 수사부장을 대신해 김병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이 맡기로 했다.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행복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앞서 충북청은 지난 17일 전담수사본부를 꾸렸지만, 참사 당시 충북경찰의 미흡한 대처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수사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경찰청은 수사 주체를 교체하고 총경급 2명과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6개팀 등 50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관계기관 수사에 착수했다. 이보다 혐의가 중한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아직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된 사례는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가 중대시민재해로 볼 요건을 대부분 갖췄다고 본다.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사고인 데다, 터널 전장이 685m로 해당 법에서 규정하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한다. 책임 기관들의 설계·관리상 결함이 입증되면 중대시민재해 혐의 적용도 가능한 것이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 및 주변 CCTV 분석, 주민 탐문조사, 생존자 진술 청취 등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관리상 결함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충북도와 청주시, 흥덕구 등 지방자치단체, 미호천교 임시 제방을 축조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미호천교 공사업체 등이 모두 수사 대상이다. 조만간 강제수사 절차도 진행될 것이 유력하다. 경찰은 이미 인근 주민 등 참고인 15명의 조사를 통해 당일 교통 통제나 침수 위험 대처가 미흡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반이라 중대시민재해 적용 여부에 대해 예단할 순 없다”면서도 “설계 관리상 결함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가족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행복청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충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참사는 어느 한 기관만 제대로 역할을 했어도 막을 수 있었지만, 그 어느 기관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다시 한번 도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신속히 사태를 수습하고 유가족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청주=홍성헌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