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어진동 한 마트에 19일 장을 보러 온 50대 주부는 시금치를 여러 번 들었다 내려놓길 반복했다. 한 손에 쥔 시금치 180g이 3600원에 판매되고 있어서다. 마트 직원이 “시금치 한 단(250g)에 7000원 넘게 오른다는데 지금이 싼 가격”이라고 했지만 주부는 가격표를 한참 보고는 결국 시금치를 내려놨다.
최근 역대급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금치 4㎏ 도매가격은 5만4840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 1만7170원이었던 데 비해 가격이 219.4% 급등했다. 평년 가격 2만4439원에 견줘 봐도 배 이상 비싸졌다. 상추도 한 달 만에 가격이 폭등했다. 4㎏에 1만9345원이던 적상추는 5만9720원으로 가격이 208.7% 뛰었다.
시설 채소는 중부 지방에 집중적으로 내린 비로 일조량이 부족해 피해가 컸다. 특히 상추는 충남 논산이 주산지인데, 침수 피해로 당분간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장마 이후 폭염이 이어지면 고랭지 배추나 무의 병해 확산도 우려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시설 채소는 일조량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장마가 길어지면서 생산이 크게 줄었다”며 “집중호우로 논산의 비닐하우스들이 침수돼 상추 가격 회복은 3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 배추 1만t, 무 6000t 등의 비축 물량을 방출할 계획이다.
호우로 폐사한 닭은 70만 마리를 넘겼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가축 79만7000마리가 폐사했는데, 이 중 닭이 73만8800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체 닭 공급량과 비교하면 폐사한 닭 마릿수는 채 1%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름철 닭 수요가 많은 데다 올해는 공급 감소로 지난해보다 가격이 높은 상황이다. 폐사까지 겹치면서 가격 오름폭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전날 기준 닭고기 소매 가격은 ㎏당 6356원으로 1년 전 5689원보다 11%가량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병아리 입식(부화한 병아리를 사육농가로 들여와 기르는 것) 마릿수가 전년 대비 3.2% 감소한 7087만~7236만 마리로 전망했다. 육계 도축 마릿수 역시 2.6% 감소한 6917만~7061만 마리로 내다봤다. 정부는 병아리 입식 확대와 할당관세로 수입 닭 공급도 늘리고 있다.
밥상 물가 급등은 지난달 21개월 만에 2%대로 낮아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다시 높일 수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3.5%로, 기존 전망치보다 0.3% 포인트 올려잡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장 7월 물가에는 일부 불안 요인이 있지만 장마와 폭염 그 자체가 큰 물가 기조를 흩트리는 건 아니다”며 “할당관세 등 조치로 채소나 농축산물 수급 운영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