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19일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올해보다 2.5%(240원) 오른 시급 9860원으로 확정했다. 노사가 여러 차례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이견을 더 이상 좁히지 못해 노(1만원)·사(9860원) 측의 최종안을 표결에 부쳐 결론을 냈다. 노동계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코로나19의 파고를 넘던 시기인 2021년(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지만 지급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동결을 주장한 사용자 측의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는 등 사용자 측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경제 전반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하다. 인상 폭이 클수록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영세 사업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감원을 선택하는 사업주들이 늘어날 수 있고 시차를 두고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저임금안이 정부 고시를 통해 최종 확정될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은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 우리나라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2020년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상위권이다. 그런데도 법정 최저임금을 못 받는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은 지난해 12.7%였고, 5인 미만 사업장은 그 비율이 30%에 달했다. 취약계층 노동자들을 보호하려면 최저임금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들이 많아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은 불가피했지만 영세 사업주들의 지급 능력을 높이는 정책과 병행돼야 한다.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행위를 바로잡고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사업주의 지급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건비만이 아니다. 원자재·재료비, 임차료, 전기·가스요금, 하청 단가 등 다양하다. 다양한 정책적 조합을 통해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데는 소홀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자제만 강조하는 건 균형 잡힌 자세라고 할 수 없다. 업종별·지역별 지급 능력에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인 만큼 이를 반영한 제도 개선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