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적 폭력조직인 칠성파의 전 두목 이강환(사진)씨가 8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지난해 부산진구의 한 호텔에서 팔순잔치를 열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지만 수개월 동안 치료받던 지병을 이기지는 못했다.
이씨는 19일 오전 부산 남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숨졌다. 빈소는 남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에 따라 전·현직 폭력조직원들이 조문할 것으로 예상돼 경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칠성파는 1950년대 피난민 건달들이 부산의 칠성다방 주변을 거점으로 활동해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0~1970년대 유흥업소 등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해 부를 거머쥐었고 1980년대 일본 야쿠자 등과 손잡고 마약 밀수로 세를 넓혔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경제 호황에 편승해 서울에 진출하는 등 전국적인 악명을 떨친 바 있다.
이씨는 영화 ‘친구’ 속 한 캐릭터의 실제 인물로도 알려진 부산 조직폭력계의 거물이다. 이씨는 1990년대 초 ‘범죄와의 전쟁’ 때 구속 수감돼 8년을 복역하는 등 모두 16년의 옥고를 치렀지만, 칠성파의 공식적인 두목으로 자리해 왔다.
이씨는 2006년부터 뇌경색과 소아마비 후유증 등으로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해 왔다. 2010년에는 공갈 혐의로 공개수배 후 체포돼 포토라인 앞에 섰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2011년 부하 조직원에게 두목 자리를 물려주고 공식적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씨는 폭력조직에서 상징적 두목으로 존재감을 행세하며 영향력을 가져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부산경찰청과 남부경찰서, 서부경찰서 등의 형사 인력을 장례식장 주변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