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중도·보수 7 대 진보 6’ 지형 변화

입력 2023-07-20 04:03
권영준(왼쪽), 서경환 신임 대법관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본관 중앙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서경환(57·사법연수원 21기) 권영준(53·25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재가했다. 중도 성향인 두 신임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은 ‘중도·보수 7 대 진보 6’이 됐다. 지난 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진보 우위’ 구도가 바뀌는 것이다.

서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건 처리 지연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절감했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재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판사는 기록의 창을 통해 세상을 보지만, 실제 세상은 창틀 바깥으로 훨씬 더 넓게 존재할 수 있다’는 박병대 전 대법관의 퇴임사를 인용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재판에 임하겠다”고 했다.

권 대법관은 “재판기록은 단순한 서류뭉치가 아니라 삶의 눈물과 땀방울이고, 법정은 법적 논리뿐 아니라 삶의 절절한 호소가 오가는 곳”이라며 “겸허한 마음으로 삶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법관은 때로 총천연색 진실을 의도적으로 흑백 이미지로 바꾸고, 판결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며, 성찰보다는 선악에 대한 도식적이고 자극적인 프레임이 널리 소비되는 현실을 마주한다”며 “주권자인 국민께서 부여하신 사법권의 진정한 의미를 매일 곱씹겠다”고 했다.

두 신임 대법관은 중도 성향의 조재연 대법관과 진보로 분류되는 박정화 대법관의 후임이다. 재판에 참여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진보 7 대 중도·보수 6’ 구도였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13명 구성이 이번 인사로 중도·보수 우위로 재편됐다.

오는 9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퇴임하고 윤 대통령이 후임 대법원장을 지명하면 사법부 내 보수 색채가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김용덕(66·12기) 전 대법관, 강일원(64·14기) 전 헌법재판관, 이균용(62·16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대법관에 임명한 오석준(61·19기) 대법관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