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지금도 고군분투하는 ‘개척자Y’들 응원합니다”

입력 2023-07-20 03:01
‘개척자 비긴즈’는 이 시대의 모든 교회 개척자와 그 공동체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이들의 이야기였다. 미드저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지난 16일 오전 11시. 개척자Y에게 전달받은 주소로 찾아갔습니다. 크고 작은 보습학원들이 밀집해있는 경기도의 한 상가였습니다. 주일이었지만 엘리베이터에 같이 탑승한 학생들은 책가방을 멘 채 분주하게 자신의 목적지를 찾아 버튼을 눌렀습니다.

3층. 문이 열리고 복도로 나서자 엘리베이터에서 함께 내린 사람들이 홍해 갈라지듯 나뉜 채 걸음을 옮겼습니다. 몇 사람은 스터디 카페로, 또 몇몇은 수학학원으로, 어떤 이들은 논술학원으로. 그런데 좀 이상했습니다. 논술학원으로 향하는 사람들만 책가방을 메지 않았습니다. 몇 사람은 수업용 책이 아닌 성경을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학원 안으로 들어가 보고서야 의문이 풀렸습니다. 주일마다 강의실에서 예배실로 탈바꿈하는 공간, 바로 개척자Y 공동체의 예배 처소였습니다.

지난 6개월여간 국민일보 더미션은 개척자Y의 ‘우당탕탕 교회 개척기’를 비밀스러운 일기장 펼쳐놓듯 소개했습니다. 거칠고 마른 광야 같은 개척의 길을 눈앞에 두고 기도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고 재정과 공간, 관계 등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며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하나님이 예비해 둔 손길을 만나 합력해 공동체를 빚어가는 과정은 장르를 넘나드는 콘텐츠였습니다. 때론 극사실주의 다큐멘터리 같고 때론 약자의 상처를 조명하는 탐사 보도 같았으며, 또 눈물과 폭소가 교차하는 드라마 같기도 했습니다.

개척자Y의 공동체엔 거친 땅을 일구고 따뜻한 울타리를 만들고 싶었던 초심이 느껴졌습니다. 중심엔 ‘가족’이 있었습니다. 예배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마치 명절에 큰집에서 만난 대가족의 모습과 닮아있었습니다. 어린이부터 청년 장년까지 예배 전 나누는 인사엔 세대 구분 없이 환대가 배어 있었습니다.

개척자Y는 설교 후 새가족처럼 예배에 참석한 기자를 소개했습니다. 그동안 익명으로 독자들을 만났던 개척자Y와 그의 일기장을 ‘아바타’가 되어 소개했던 조력자가 공개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개척자 비긴즈는 개척자Y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이 시대 모든 개척자와 그 가족, 함께 길을 걸어가는 성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비어가는 통장을 막막하게 바라보던 Y(6회), 늘 곁에 있어서 감사함을 놓치곤 하는 ‘Y의 수호자’ 사모(18회), 1호 성도가 준 감격(10회)이 공개됐을 땐 많은 이들이 현실 공감에서 오는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Y가 사역에 집중하느라 딸과 소통이 되지 않아 난감했던 이야기(5회)가 공개되고 난 뒤엔 적잖은 개척교회 목회자 가정이 가족 여행을 떠나게 됐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이날 Y가 전한 설교 제목은 ‘회개’였습니다. 뉘우칠 회(悔)에 그치지 않고 고칠 개(改)로 이어져야만 진정한 회개에 도달할 수 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개척자 비긴즈의 시작을 돌아봅니다. 한국교회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 모종의 고난과 역경을 지나며 오늘에 이르렀음을 개척 여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포부가 첫 회에 담겼습니다. 그동안 Y의 이야기를 통해 뉘우치고 고쳐야 할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더 많은 개척자를 응원하고 그 응원의 물길이 다양하게 이어지도록 조력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