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를 찾아다니는 목사가 있다. 이춘수(44) 목사의 이야기다.
이 목사는 지난 2월 ‘탐험하는교회’를 개척했다. 교회 건물은 없다. 담임 목사라는 직함도 없앴다. 대신 셰르파 목사로 불린다. 셰르파는 히말라야 산맥을 등반할 때 등산객을 돕는 가이드를 말한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책방 ‘오롯이 서재’에서 만난 이 목사는 “반발자국 뒤에 서서 성도들의 신앙생활을 가이드(안내)해주는 것이 목표”라며 “담임목사 대신 셰르파라는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탐험하는교회는 교회가 강조하는 공동체 신앙에서 벗어나 개인의 신앙 갱신에 집중한다. 대다수 한국교회가 지향하는 목회와는 사뭇 다르다.
그가 교회를 개척한 배경은 특별하다. 이중직 목회자인 이 목사가 장례지도사로 활동하면서 만난 가나안 성도들을 향한 마음 때문이다. 그는 “교회에서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시 신앙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저의 역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 공동체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1순위’ 목표다. 교회 밖에서도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면 교회로의 회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라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목사는 가나안 성도들이 직장과 가정에서 신앙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다. 성도들을 찾아다니면서 격려하고 양육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신앙이 갱신됐을 때 교회 공동체로 돌아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이 목사의 목회관이다.
탐험하는교회는 크게 두 축으로 지탱된다. 보이는 교인과 보이지 않는 교인이다. 보이는 교인이 가나안 성도를 비롯한 일반 성도라면, 보이지 않는 성도는 이 목사가 보내드린 고인들이다. 그가 설립한 상조회사인 ‘오롯이 상조’를 거쳐 간 고인들의 명단은 마치 교회 교적부 같다. 지금까지 이 목사의 손을 거쳐간 고인은 100여명이다.
이 목사는 평일에 책방 ‘오롯이 서재’를 운영하거나 프리랜서 장례지도사로 일한다. 주말에는 임마누엘하우스교회(임상필 목사)에서 부교역자로 섬긴다.
그는 교회의 장례문화를 언급하면서 “장례는 종교적 의례다. 하지만 지금의 장례식은 죽음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사회적 의례에만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죽음에 대한 성찰이 얕아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는 개인을 탓할 문제가 아닌 한국교회의 구조적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무연고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영장례에 관한 견해도 털어놨다. 그는 “실제로 무연고 장례를 치를 경우 유족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이 경우 지역 교회가 장례비를 지원해 가족장으로 치를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것도 교회가 이웃을 섬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남양주=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