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버스에 물이 차고 있다’며 혹시 모를 작별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물이 들어찬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승객들을 살리기 위해 창문을 깨는 등 분투하다 숨진 747번 급행버스 기사 A씨의 발인이 19일 청주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A씨 형은 동생의 마지막 모습을 전하며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생사의 경계에서도 버스 창문을 깨고 승객들의 구조를 시도했던 동생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유족이 든 영정 속 A씨는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 길을 유족과 동료들이 뒤따랐다.
관이 운구차에 실린 뒤에도 90대 노모는 아들의 관을 쉽사리 놓을 수 없었다. 관을 어루만지며 “아들아 어딜 가냐. 어딜 가…”라고 흐느꼈다. A씨 아들은 눈물을 참으며 아버지의 관을 조용히 지켜봤다.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들을 지키려 했던 것처럼 고인은 생전에 늘 다른 이들을 먼저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1년에 한 번은 장애인·노인 등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여행을 다녔다. 쉬는 날이면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의 등교를 도왔다.
버스기사 일은 10여년 전 시작했다. 택시기사로 일했었지만 시내버스 기사인 친구의 추천을 받고 같은 회사에 들어갔다. 회사에서도 성실함은 단연 돋보였다. 오전 5시30분이 출근시간이면 새벽부터 나와 사무실을 정리하고 청소까지 했다. 전국 단위 승객 안전 최우수 평가도 받았을 정도였다. A씨 친구는 “승객들이 모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제일 마지막에 탈출했을 사람”이라며 “죽을 걸 알면서도 그랬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탄식했다.
청주=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