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주민들 “임시제방 낮게 쌓고 되레 큰소리” 행복청에 분노

입력 2023-07-19 04:08
지난 15일 강물이 범람하면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이어졌던 미호천교 아래에 18일 임시 제방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의 사고를 두고 인근 주민들은 예견된 인재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2018년 4차로였던 미호강교를 6차로로 확장하기 위한 공사에 착수했다. 기존 제방은 일부 허물고 대신 44m 길이 임시 제방을 구축했다. 임시 제방 높이는 기존 제방(해발 31.3m)보다 1.6m 낮은 29.7m였다.

궁평리의 60대 주민은 18일 “교량공사를 하려면 제방을 헐 수밖에 없겠지만 문제는 많은 비 소식이 예보됐음에도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임시 제방을 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70대 주민도 “이곳에서 50년 넘게 살았는데 제방이 터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원래 있던 제방은 임시로 쌓은 것보다 훨씬 컸다”고 말했다.

행복청은 집중호우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달 말 임시 제방 공사에 들어가 이달 초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사고 당일 홍수주의보가 홍수경보로 바뀌면서 보강공사를 실시했는데 주민들이 새로 제방을 만드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며 “임시 둑은 계획홍수위보다 약 1m 높게 만들어졌지만, 물이 이 정도로 흘러넘치는 것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공사 과정에서 기존 제방을 허가 없이 헐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은 이날 “국도 36호선 궁평교차로~강내면 탑연리 미호천교 연장 사업 중 자연 제방과 관련한 하천 점용허가를 내준 바 없다”고 밝혔다. 행복청은 이에 대해 입장문을 통해 “행복청은 공사 전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행위도 한 사실이 없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가 계속되는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허위보도가 계속될 경우 엄정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궁평2지하차도 침수 순간 난간에서 손을 내밀어 시민들을 구한 ‘남색 셔츠’ 주인공은 증평군청 수도사업소 정영석(45·사진) 팀장으로 밝혀졌다. 정 팀장은 사고 당일 주말 비상근무 출근을 위해 이 지하차도에 진입했다가 눈 깜짝할 사이 차오른 물에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때 “도와달라”는 목소리가 들려 한 여성을 차 위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천장의 철제 구조물을 붙잡고 지하차도를 빠져나왔다. 떠내려온 합판과 스티로폼을 잡고 버티다 난간에 서 있던 화물차 운전자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다시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구조했다. 이렇게 정 팀장이 구한 사람은 모두 3명이었다.

청주=전희진 홍성헌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