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변칙적 ‘극한 호우’ 빈도 증가 등 강우 양상이 바뀌면서 산사태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2030년에 산사태 발생 확률이 최대 5배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번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를 본 경북 산간지역뿐 아니라 서울 등 대도시도 안전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8일 산림청의 ‘최근 10년간 산사태 피해 규모’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산사태 피해 면적은 372㏊로 지난 10년간 평균 244㏊와 비교해 약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복구비 역시 749억원을 나타내 10년 평균 583억원보다 28% 늘었다.
특히 2016년부터 피해가 급증하는 추세다. 2016년 산사태 피해 면적은 54㏊였지만 역대 최장 장마기간(54일)을 기록한 2020년에는 1343㏊에 달했다. 축구장 1880개 크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피해 복구비도 169억원에서 3317억원으로 20배가량 뛰었다.
산사태 발생 가능성은 기후변화로 인해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수도권에 현재보다 극한 호우가 2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산사태 발생 확률도 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은 “극한 강수로 어디서든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 강수 패턴이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는 양태로 변했다. 재해 우려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산사태 안전지대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 전체 국토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63%에 이르고, 지형 특성상 생활권에 인접해 있는 산지 사면이 많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도로나 전원주택 단지 등을 조성하기 위해 산을 깎는 등 인위적 개발이 이뤄진 곳은 어디든 안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사람의 손이 닿은 곳은 전부 위험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비해 산사태 예방 예산은 해마다 줄어드는 모습이다. 서울의 경우 산사태 예방사업 예산액이 2016년 258억원에서 2020년 108억원으로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비교적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산사태 예방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산사태 예방시설인 사방댐 역시 전국 산사태 취약지역 2만7948곳 중 1만3867곳만 설치돼 있는 실정이다.
김석우 강원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산사태가 100년 만에 단 한 번 나더라도 지속적인 투자는 필요하다”며 “계속 변화하는 기상 여건에 대비해 시스템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