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위험 3등급으로 분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침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인근 다리 확장 공사 관련 변수는 아예 위험 평가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궁평2지하차도는 충청북도가 2020년 진행한 침수위험등급 평가에서 ‘설계유입량’과 ‘침수위험’을 포함해 5개 항목에서 ‘0점’, 즉 위험도가 없다는 판단을 받으며 3등급으로 분류됐다. 설계유입량이란 지하차도 주변 지역 개발에 따라 아스팔트를 깔면서 논·밭 등 땅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지하차도로 흘러 들어오는 빗물 유입량을 뜻한다. 침수위험은 도로설계로 주변 지역에 빗물이 유입되지 않을 경우 침수 가능성 여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위험등급 평가 당시 이미 인근에선 미호천교 개축과 확장공사 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공사는 2018년 2월 시작돼 다음 달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침수위험 산정 기준인 주변 지역 유입량 등에 변화 가능성이 있었지만, 등급 평가에 이런 부분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설계유입량을 산정하는 기준인 ‘주변 지역 개발’에 도로 공사는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충북청 관계자는 “지하차도 주변의 강이나 하천 여부에 따른 위험성을 평가하는 지표는 없다”며 “도로의 경우 별도 배수로가 설치되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0년 7월 3명이 사망한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자체적으로 지하차도별 위험등급분류(1∼3등급) 및 통제기준을 정해 행정안전부에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충북도는 궁평2지하차도에 대해 ‘침수 위험이 크지 않다’는 내용으로 통보했다. 이 결과로 행안부가 지정한 전국 침수위험 지하차도 145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궁평2지하차도는 침수위험 3등급을 받으면서 지하차도 자동차단 설비 구축사업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렸다. 2021년 12월부터 침수사고에 대한 지하차도 진입차단설비 설치 내용이 법적 관리기준에 포함됐는데, 차단시설 설치에 필요한 재난안전특별교부세는 침수 위험도가 높은 지하차도에 우선 배정됐다.
전문가들은 현행 침수위험등급 평가 항목이 엉성하다고 지적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둑이라든지 하천 제방이 인근에 있으면 터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게 터졌을 때 과연 지하차도까지 물이 들어올 수 있겠느냐를 평가해야 한다”며 “위험성 평가 과정에서 그런 부분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차도 주변에 하천이나 강이 있으면 그런 영향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급 판정과는 별개로 애초 적극적인 지하차도 진입 통제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긴박한 상황에 맞게 사전에 교통통제가 이뤄져야 했다. 위험등급이 2등급이었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성윤수 백재연 기자, 청주=홍성헌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