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당시 관할 경찰이 계속된 112신고에도 참사 이후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고강도 감찰에 들어간 상황에서 경찰의 미흡한 현장 대처가 감찰을 넘어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궁평2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차기 약 42분 전인 지난 15일 오전 7시58분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해야 한다”는 익명 신고가 충북경찰청 112상황실에 접수됐다. 추후 이 신고자는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공사 현장의 감리단장으로 나타났다.
출동 지시를 받은 오송파출소 직원은 신고 접수 3분 뒤 현장에 도착했지만, 그는 궁평2지하차도가 아닌 궁평지하차도에서 교통통제를 진행했다. 궁평지하차도는 미호천교에서 직선거리로 1㎞, 궁평2지하차도는 300m 거리에 있다.
결국 경찰이 궁평2지하차도에 도착한 때는 지하차도가 이미 물에 완전히 잠긴 오전 9시1분쯤이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장마철마다 궁평지하차도가 자주 침수되곤 했다”며 “신고자가 (궁평2가 아닌) 그냥 궁평지하차도라고 해 자연스럽게 궁평지하차도로 출동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이 신고자는 오전 7시2분에도 112상황실에 신고를 접수했었다. 이때는 “강이 넘치려고 한다. 주민을 대피시켜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상황실은 흥덕구청에 사실을 알렸고, 오송읍사무소에도 주민 대피방송을 요청했다. 또 흥덕경찰서 상황관리관은 미호강 현장으로 나가 인근 교통통제를 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후 미호강 지류인 병천천이 범람했다는 신고, 차량이 역주행했다는 신고,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 등이 계속 접수돼 이를 처리하는 데 인력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에도 경찰의 미흡한 대응 부분은 진상 규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호강 범람을 우려하는 신고 접수에도 가까이 위치한 궁평2지하차도가 아닌 궁평지하차도로 출동한 점, 끝내 현장 교통통제가 되지 않은 점 등은 감찰·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112신고 부실 대응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