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엘리엇에 1300억 배상’ 취소 소송… 뒤집기 성공할까

입력 2023-07-19 04:04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 1300억여원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대해 불복 소송을 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ISDS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한동훈(사진) 법무부 장관은 18일 “엘리엇 사건 판정과 관련해 중재판정부에 판정 해석·정정을 신청하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사실상 국가기관’이며 삼성물산 합병 찬성 표결로 인한 책임은 국가에 귀속된다고 보고 배상 책임을 인정한 중재판정부 결론이 나온 지 28일 만이다.

정부는 이번 판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관할 요건을 잘못 해석했다고 봤다. 협정상 ISDS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은 당국의 조치이면서 투자자의 투자와 관련성이 있고 그 조치의 책임이 국가에 귀속되는 경우로 제한된다. 중재판정부는 이 같은 조건이 모두 충족된다고 판단했지만, 정부는 부당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주로서 한 의결권 행사를 다른 소수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와 관련된 조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한·미 FTA가 예정하지 않은 ‘사실상 국가기관’이라는 표현도 문제 삼았다. 협정에 없는 개념에 근거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건 부당하다는 논리다. 한 장관은 “한·미 FTA의 일방 체약국인 미국도 중재판정 과정에서 (한국) 정부 시각에 부합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취소 소송을 결정한 데는 이번 판정 이후 악의적인 ISDS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판정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엘리엇 사건과 쟁점이 유사한 메이슨 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취소 소송의 승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정부는 2018년 이란 다야니가에 730억원을 배상하라는 중재 판정이 나왔을 때도 불복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한 장관은 “두 사안에 차이가 있다”며 “(이번 사건은) 국민연금이 상업적 지분권을 비즈니스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문 해석·정정 신청도 냈다. 엘리엇의 손해액을 산정할 때 삼성물산이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 금액으로 공제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면서 실제 계산과정에서는 세후 금액을 공제하는 바람에 배상금이 60억원가량 늘었다는 것이다. 판정 이유에서는 326억원의 판정 전 이자를 원화로 지급하라고 한 뒤 판정 주문에서는 미화로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표현한 것을 두고도 명확한 해석을 요구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