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수사 의뢰한 ‘그림자 아동’ 중에는 경찰이 사망 정황을 발견한 사건도 포함돼 사망이 확인되는 아동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의로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이들 중 대부분은 친자 여부를 두고 부모가 갈등을 빚는 경우로 파악됐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임시신생아 번호 아동 2123명을 전수 조사하면서 지자체가 경찰에 수사 의뢰한 대상은 1095명에 이른다. 이 중 ‘베이비박스 등 유기’가 601명(54.9%)으로 가장 많았다. 유기 직후 비교적 안전한 보호가 가능한 베이비박스를 제외하고, 다른 장소에 유기한 경우는 아동 생사가 불투명하다.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김수진 경정은 브리핑에서 “인터넷을 통해 아동을 넘겼다고 하는 건들이 있어서 추적하고 있다”며 “사망한 정황이 있는 사건이 몇 건 더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락 자체가 닿지 않는 부모에 대한 조사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연락 두절됐거나 지자체 방문 조사를 거부하는 232명에 대해서도 아동의 생사를 확인하기로 했다. 게다가 이번 조사는 임시신생아번호 통합관리시스템이 도입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임시번호로 남은 아동을 대상으로만 이뤄졌다. 시스템 도입 이전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면 사망자는 249명 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 249명 중 경찰 조사로 확인된 사망(27명) 외에 지자체가 파악한 사망 아동 222명은 사망신고 또는 사망진단서·사체검안서 등 서류를 통해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 없이 지내온 아동 대부분은 부모 갈등 탓에 ‘그림자’로 남아있었다. 출생신고 없이 지내고 있던 아동(46명) 중 연락이 닿은 부모에게 출생신고 지연 이유를 묻자 ‘친생부인의 소송 등 혼인 관계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36명(78.2%)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보호자 중 한 명이 미등록 외국인이어서 혼인·출생신고가 지연된 경우가 5명(10.9%)이었고, 미혼모로 출생신고에 대한 부담 때문에 미룬 경우도 4명(8.7%)으로 나타났다. 그림자 아동 출산 당시 보호자 연령은 30대(48.4%), 20대(40.8%), 10대(10.8%) 순이었다.
복지부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가 병행 도입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출생통보제 도입으로 출산 사실이 공개될 것을 꺼리는 위기 임신부들이 병원 밖 출산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익명 출산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김지연 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보호출산제는) 가명,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정보를 고려 중”이라며 “완전한 익명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를 폐지해 일반 살인·유기죄를 적용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영아 살해·유기에 대해서도 일반 살인·유기와 마찬가지로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