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시내 중심에 있던 ‘안디옥개신교회’는 지난 2월 6일 강진 발생 이후 5개월이 지났건만 그날에 멈춰 있는 듯했다.
지진으로 3층 높이의 석조 건물 2, 3층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강진으로 교회뿐 아니라 한 마을 전체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몇몇 건물의 잔해만 치웠을 뿐 주택과 관공서 상당수는 폭격을 맞은 듯 찢겨진 채 속을 훤히 드러내 보였다.
지진이 할퀸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은 대낮인데도 인적이 뜸했다. 39도를 넘는 폭염을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간간이 식혔지만 그때뿐이었다. 날카로운 땡볕이 폐허의 참상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교회가 있는 안타키아는 성경에 등장하는 안디옥이다. 서울 광림교회(김정석 목사)가 2000년 튀르키예 정부 허가를 받아 1923년 세워진 유서 깊은 건물에 안디옥개신교회를 세웠다. 이 건물은 100년 전 건립된 뒤 프랑스영사관과 은행 등으로 사용됐다. 아름답고 이색적인 건축물로 가치를 인정받아 튀르키예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했다. 2007년 현지에서 사역을 시작한 장성호 선교사는 튀르키예인뿐 아니라 시리아 난민 등을 품었고 이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유서 깊은 장소가 지진으로 무너진 뒤 5개월 지나도록 방치돼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은 말없이 한숨만 내쉬었다. 구호 및 피해복구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한 국제구호개발NGO (사)월드휴먼브리지(대표 김병삼 목사) 김진섭 사무총장도 마른 한숨 끝에 “여태 이 모습 그대로 있다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월드휴먼브리지는 지진 직후 흩어진 교인과 이재민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장 선교사를 통해 구호금을 전하기도 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 그것도 선교의 출발지와도 같은 안디옥에 있던 개신교회가 이렇게 무너져 내린 게 무척 안타깝다”면서 “다만 교회뿐 아니라 온 동네가 전혀 복구하지 못하고 있어 더욱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모니터링팀을 인솔한 이요한 SWM선교회 한국본부 대표는 “이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보니 잔해를 치우는 것도 뜻대로 할 수 없다”면서 “많지 않은 개신교인을 비롯해 난민을 위해 복음을 전했던 교회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교회 재건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 교회가 문화재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장 선교사는 현재 튀르키예 문화재청에 재건 신청을 했고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어 조만간 재건 일정이 나올 전망이다. 잔해물 해체 작업은 금명 간 시작된다.
또한 안디옥교회 재건과 이재민 구호를 위해 사용해 달라고 전국 교회가 보내온 구호기금도 순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이 기금으로 이재민 임시거주를 위한 컨테이너 건립도 하고 있다. 지진 초기부터 구호팀 파견과 재정 지원에 나선 광림교회도 교회 재건을 위해 각종 행정적 지원에 나섰다.
안타키아(튀르키예)=글·사진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