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은 장마철이라 공원을 순례한다. 장맛비가 내리니 맹꽁이가 울어 젖힌다. 서울 온수공원 강월지구를 따라 걷는데 맹꽁이 소리가 구슬퍼 들여다보니, 집수정이 넘쳐 애써 낳은 알과 새끼들이 떠내려갈 지경. 공원의 친구들(자원봉사자)께 긴급 구조 요청을 남기고 길을 재촉한다. 연의생태공원은 빗물을 담는 저류지 공원이라 비만 오면 물이 차 위험하므로 출입을 통제한다. 사람뿐 아니라 자주 나들이 오는 너구리 가족도 무탈할지 걱정이다. 음이 있으면 양도 있는 법. 쇠물닭과 흰뺨검둥오리는 황토물 가득 찬 저류지가 제 세상인 양 신났다. 지양산 초입엔 땅속 물이 차 숨 돌리러 올라온 지렁이가 뒤엉켰다. 산속 배수로나 불법 시설물을 돌아보다 보면 문제는 늘 사람 손길에서 시작됨을 깨닫는다.
장맛비가 잠시 그치니 공원마다 매미가 자지러지게 운다. 집 안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뛰어나오고 움츠렸던 꽃도 기지개를 켠다. 지독한 장마로 꽃이 남아나질 않았지만 무궁화와 나무수국은 장맛비에 굴하지 않고 내내 용맹하다. 회화나무 흰 꽃과 모감주나무 노란 꽃과 배롱나무 붉은 꽃은 여전히 반짝이고, 루드베키아와 알로카시아는 화려함을 감추지 않는다. 장맛비에 움츠렸던 가우라는 꽃을 활짝 펼쳐 폭염을 기다리고, 그 틈에 부전나비와 된장잠자리가 날아오르며 직박구리도 바삐 오간다.
안양천공원이 3번이나 침수된 지난주 내내 기상청 예보와 하천 수위를 지켜보며 마음을 졸였다. 이미 많은 물을 머금은 산자락이 밀려 내려오지 않을까도 걱정했다. 비가 피해 가길 간절히 기도했는데, 서울을 피해 간 장마전선은 대신 아래 지방을 맹폭했고 깊은 상처를 남겼다. 울고 싶었다. 영원히 피해 갈 수 있을까? 나만 살자는 건 함께 죽는 일에 다름 아니다. 산은 산다워야 하고 강은 강다워야 하고 바다는 바다다워야 하고 지구는 지구다워야 한다. 그럼 도시답다는 건? 공원답다는 건? 주말부터 또 비 소식이다. 고민과 걱정은 늘 겹친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