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홍수통제소는 상황 전파에 이어 유선으로 청주시 흥덕구에 교통 통제를 요청하면서도 정작 지하차도 관리주체인 충북도에는 연락하지 않았고, 강이 범람하고 있다는 소방당국의 상황을 전파받은 청주시도 이를 충북도에 전달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 기관이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동안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폭우로 불어난 청주 미호강 물이 무너진 제방을 넘어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덮친 시간은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이다. 앞서 금강홍수통제소는 오전 4시 10분쯤 미호천교 홍수경보를 발령하고, 충북도·청주시·흥덕구 등에 통보문을 전달했다.
물이 계속 차올라 범람 위기에 다다르자 금강홍수통제소는 오전 6시 34분 흥덕구 건설과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리고, 주변 주민통제와 대피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사고 발생 2시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정작 지방도에 속한 오송 지하차도의 관리주체인 충북도에는 연락하지 않았다. 금강홍수통제소 측은 유선 통보는 매뉴얼에 있는 것이 아니었고, 관할청인 흥덕구에 심각성을 알린 것으로, 흥덕구가 유관기관에 전파할 것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수통제소의 예상과 달리 흥덕구는 이 사실을 청주시 안전정책과와 하천과에 보고했지만, 청주시는 충북도에 알리지 않았다.
오전 8시 3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상황실에 전파했고, 상황실은 이 사실을 청주시 당직실에도 즉각 전달했지만 이 역시 도로 관리주체인 도청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부실대응 논란이 거세지자 청주시는 금강홍수통제소의 전화는 대국민 안전문자 내용과 동일해 본청 부서로만 전달한 것이고, 나머지 상황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17일 “시청에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충북도가 도로 통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충북도는 지하차도 중심 부분에 물이 50㎝ 정도 차올라야 교통 통제를 할 수 있는데 제방이 무너지기 전까진 그런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결국 재난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기관 간 상황 공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책임을 지려는 기관은 하나도 없는 형국이다. 충북경찰청은 이번 참사 관련 실종자 수색이 끝나는 대로 전담수사본부를 꾸려 전방위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담화문을 통해 “추가 피해 예방에 힘쓰고 가용자원과 인원을 총동원해 피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수해 현장의 신속한 복구와 지원에 온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