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지금의 상황을 모두 엄중하게 인식하고 군경을 포함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오전 5시30분쯤 귀국한 윤 대통령은 오전 8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녹색 민방위복을 착용한 윤 대통령은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고 내일도 집중호우가 예보돼 있다”며 “이러한 기후변화 상황을 늘상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해야지, 이상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또 “산사태 취약지역 등 위험지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사태를 키운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집중호우 때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상황을 둘러보고 미리미리 대처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지역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선제적으로 판단해 빨리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 대피시켜야 한다”면서 “또 위험한 지역으로의 진입은 교통 통제, 출입 통제를 시켜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인명 피해를 막는 기본 원칙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를 마친 뒤 헬기를 타고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감천면으로 향했다.
산사태 피해 현장을 둘러본 윤 대통령은 실종자 수색에 나선 50사단 수색대 대장에게 “마지막 실종자 1명이라도 끝까지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재민 임시거주시설로 사용 중인 벌방리 노인복지회관을 찾아 이재민들에게 “좁고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참고 계셔 달라. 식사도 잘하시고, 정부에서 다 복구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할머니들을 만나 “아이고, 얼마나 놀라셨느냐”며 손을 꼭 잡고 위로했다. 또 “저도 어이가 없다”며 “해외에서 산사태 소식을 듣고 그냥 주택 뒤에 있는 그런 산들이 무너져 민가를 덮친 모양이라고 생각했지, 몇백톤 바위가 산에서 굴러 내려올 정도로 이런 것은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집중호우 피해 지원과 관련해 “추가 피해가 없도록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실종자 등 구조활동도 철저히 하면서 두 가지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피해 보상 등을 조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순방 기간 김건희 여사의 ‘쇼핑 논란’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쥴리’라든지 ‘청담동 술자리’라든지 여야 간 정쟁화가 됐다”며 “팩트를 갖고 이야기해도 그 자체가 정쟁 소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 정쟁 소지를 만들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