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의 구조자·희생자들은 차도가 완전히 잠기기 직전 필사의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출에 간신히 성공한 A씨는 침수된 차량 견인을 위해 17일 현장을 다시 찾아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물이 들어왔고 시동이 꺼졌다”며 “차를 버린 뒤 반대쪽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물살 때문에 자리에 갇힌 747번 급행버스의 기사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탈출을 독려했다고 한다. 그는 승객들에게 “창문을 깨드릴테니 빨리 탈출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이들과 희생자들의 전화를 받은 유족들은 탈출하려는 이들이 외치는 ‘살려달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고 전했다. 사망자 14명 중 버스에서 발견된 5명 외에 9명은 모두 차량 외부에서 발견됐다. 차량에서 탈출했지만 결국 급류를 벗어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언론에 공개된 궁평2지하차도 내부는 진흙으로 가득차 흡사 갯벌처럼 보였다. 입구 초입에 신발 밑창 정도까지만 쌓인 진흙은 터널 안쪽으로 들어갈 수록 발목, 정강이까지 차올랐다.
소방당국은 이날도 전날처럼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등의 장비로 물을 퍼내는데 여념이 없었다. 물이 고여 있었던 만큼 내부에는 물비린내가 가득했다. 진흙과 물에서 가스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당국은 구조작업과 차도 내부의 공기순환 작업을 병행했다.
전날 견인된 4대를 포함해 지하차도 내부에는 총 17대의 차량이 갇혔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CCTV를 통해 파악한 15대보다 2대가 더 많았다. 차 안에서는 실종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물이 상당히 빠지자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0시9분쯤부터 도보 수색을 실시, 시신 5구를 추가로 수습했다. 발견된 5명 중에는 승객들을 살리기 위해 분투한 747번 급행버스의 기사도 포함돼 있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기상예보에 따르면 18일까지 많은 비가 예상된다. 양수기 등의 장비를 총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