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지하차도나 지하주차장 등 지하 공간이 침수되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과 2020년 부산 지하차도, 지난해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그리고 이번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까지 배수와 안전시설 미비, 통제 부실 등이 결합된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2014년 부산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가 침수돼 할머니와 손녀가 차에 갇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후 부산시와 동래구는 배수펌프 용량을 늘리는 등 대책을 세웠다. 하지만 6년 뒤인 2020년 7월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또다시 침수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시간당 80㎜의 폭우로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면서 지하차도가 침수됐고, 차량에서 빠져나온 9명은 목숨을 구했지만 3명은 끝내 사망했다. 호우경보가 발효됐는데도 CCTV 상시 모니터링, 교통통제, 현장담당자 배치 등 침수 대응 매뉴얼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결과였다. 당시 관련 공무원 11명이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전원 유죄가 선고됐다.
지난해 9월에는 태풍 ‘힌남노’가 상륙했을 때 포항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겨 주민 7명이 사망하는 참변이 있었다. 주민들은 ‘지하주차장 안에 물이 차고 있으니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을 듣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가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고립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번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내놨지만 그마저도 실행은 더뎠다. 2020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사고 때도 행정안전부는 지하차도 자동차단 시설을 구축해 원격으로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오송 지하차도에는 해당 설비가 설치되지 않았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16일 “기초지자체가 근거리 행정을 통해서 재난안전관리를 촘촘히 해야 하는데 기초지자체의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자동차단 시스템이 있었다면 인명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