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의 현장 지휘소에는 실종된 가족이 생환하는 기적을 염원하는 가족들이 몰려있었다. 이모(51)씨는 15일 아침 오송의 한 아파트 청소를 하러 집을 나선 70대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들이 사는 경기도는 괜찮은지 묻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무사하다는 얘기만 하고 통화를 마쳤다. 이씨는 동생이 실종신고를 한 뒤에야 어머니가 지하차도에 침수된 버스에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창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40대 의사 아들을 둔 김모(75)씨도 통화가 안 된다는 며느리의 연락을 받고 무작정 현장으로 달려왔다. 김씨는 “어딜 가도 자랑스러웠던 아들이었는데, 찬물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고 울먹였다.
지난 5월 결혼한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작별 인사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당일 처남을 자택에서 KTX 오송역에 바래다주려고 이동하다 지하차도에 갇혀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김씨는 처남과 차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차량 지붕 위로 올라간 뒤 헤엄쳐 나오려 했지만 물살에 갇혔다. 한 동료 교사는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한 동료였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당시인 15일 아침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운전자들은 불과 몇 초 차이로 생사가 엇갈렸다. 한 시민은 지하차도에 들어설 즈음 갑자기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벗어날 즈음 차량 바퀴가 물에 완전히 잠겼다고 밝혔다. 간신히 오르막길로 빠져나와 백미러를 보자 지하차도로 물이 폭포수처럼 들이치고 있었다. 그는 “몇 초만 늦게 지하차도에 진입했더라도 물속에 갇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곳을 지나던 시내버스와 트럭 2대, 승용차 12대 등 차량 15대가 이 도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부 탑승자들은 간신히 차량에서 탈출했으나 상당수는 순식간에 들이찬 물에 옴짝달싹 못하는 차량에 그대로 갇혀버렸다.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16일 오후 10시 현재 사망 9명, 부상 9명으로 집계됐다. 소방 관계자는 “내일(17일) 또 비 소식이 있어 수습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18일까지 충청권에 최대 30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충북도는 사망자는 충북대병원, 청주성모병원, 하나노인병원에 장례식장을 마련하고 지원할 방침이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