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포함해 차량 15대가 범람한 강물에 잠겨 최소 9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실종(16일 오후 10시 기준)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안전사고 부주의에 따른 인재(人災)로 드러나고 있다. 홍수통제소의 홍수경보가 내려진 뒤에도 4시간30분가량이나 위험도로에 대한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고 범람을 우려해 만든 제방도 단순히 모래를 쌓은 게 전부였다.
이 사고는 15일 오전 8시40분쯤 궁평2지하차도에 미호강 임시제방이 무너진 직후 물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지하차도와 미호강 거리는 200m 남짓에 불과하다. 지하차도는 인근 논밭보다 낮아 침수사고가 예견되는 곳이었다.
미호강에는 이날 오전 4시10분에 홍수 경보가 내려졌다. 오전 6시30분에는 경보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했다. 당시 금강홍수통제소는 관할 구청에 인근 도로 통제가 필요하다고 알렸지만 실제 당국의 차량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강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오자 길이 685m의 지하차도 터널은 2~3분 만에 물에 잠겼다. 당시 차도를 지나던 차량 15대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16일 “사고 직전까지 지하차도에는 물 한 방울도 없었다. 지하차도는 가장 깊은 부분에 50㎝ 이상 물이 차야 차량통제를 할 수 있다”며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쏟아져 들어와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제방 관리도 허술했다. 장찬교(68) 궁평1리 전 이장은 “사고 한 시간쯤 전 현장에서 인부 3~4명이 범람에 대비해 모래를 쌓고 있었다”며 “톤백(포대자루)으로 작업하는 게 기본인데 모래를 쌓기만 했다”고 말했다. 공사를 맡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기존 제방 보강 중이었다. 미호강 범람 가능성을 예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호강 신설 교량 공사 구간에는 트럭 등 중장비들이 원활히 다닐 수 있게 제방 일부를 일부러 없앴다는 주민들 주장도 나왔다. 행복청 관계자는 “공사용 차량 진입을 위한 제방과 지하차도 침수와는 연관이 없다”고 했다.
승객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시내버스(급행버스 747)는 원래 노선이 침수돼 궁평2지하차도로 우회하다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청주시는 버스 기사가 오전 8시20분쯤 제3순환로 강상촌교차로에서 방향을 틀어 청주역분기점 쪽으로 버스를 몬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경북에서도 2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6일 현재 인명 피해는 사망 19명, 실종 8명, 부상 17명이다. 앞서 15일 새벽 예천군 용문면, 효자면, 감천면 등 3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토사가 주택을 덮쳤다.
예천군은 산사태 취약지역 66곳을 지정해 관리했으나 폭우로 인한 피해를 막지 못했다. 효자면 백석리와 감천면 벌방리는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제외돼 있었다. 이들 지역에는 산사태를 막기 위한 안전 구조물 등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청주=홍성헌 기자, 예천=김재산 김재환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