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에 ‘산태골’ 불리던 곳 토사 막을 피해방지시설 전무”

입력 2023-07-17 04:07 수정 2023-07-17 04:07
산사태가 휩쓸고 간 경북 예천군 백석리 현장에서 구조대원이 16일 수색견과 함께 진흙더미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사태 피해가 심각한 예천군 백석리는 주민들 사이에서 ‘산태골’(산사태가 쓸고 온 골짜기)로 불리던 곳이었습니다. 그만큼 산사태 위험도가 높은 지역인 것이죠.”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경북 예천 피해 지역에서 산사태 예방을 위한 피해방지시설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위원은 지난 이틀간 산사태 피해가 컸던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와 감천면 벌방1리 등을 둘러봤다. 진입이 불가능한 곳은 드론을 띄워 살폈다.

그는 “보통 산사태가 우려되는 지역에는 콘크리트나 금속 구조물을 골짜기 안에 설치해 산사태 발생 시 토사나 토석이 밀려오는 2차 충격을 잡을 수 있도록 한다”며 “그러나 이번 피해 지역에선 이런 시설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서 위원은 벌방1리의 경우 토사물이 긁고 내려온 길이가 2㎞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기록적 산사태로 꼽히는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수준이다. 그는 “토사물이 2㎞나 되는 경사면을 긁고 내려오면서 속도와 힘이 붙어 지면에 도착했을 때 미치는 임팩트가 매우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위원은 사고가 난 지역은 충분히 산사태 피해가 예측 가능한 곳이었다고 했다. 그는 “사고 난 곳은 모두 뒤편에 백두대간이 자리한다. 비구름이 산맥을 넘어가지 못하고 정체되다 보니 통상 큰 산 아래쪽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산사태는 인재(人災)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방지시설 부실뿐 아니라 과거의 산사태 발생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복구도 중요하지만, 산사태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 예방과 대응 지침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