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지난 9일 음주사고를 내고 도주했던 여성 A씨(36)의 벤츠 차량을 압수한 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쇼핑몰 사장인 A씨는 지난 5월 혈중알코올농도 0.042% 상태로 부산 남구 용호동 도로에서 차를 몰다 50대 행인을 친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허리뼈 골절 등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 당국이 A씨 가족 차적을 조회한 결과 벤츠는 A씨 개인차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전에도 동일한 벤츠로 두 차례 음주운전을 한 전력이 있다. 심지어 지난 2월 음주운전 사고를 내 재판받는 와중에 또 음주사고를 낸 것이다. 검찰은 A씨가 같은 차량으로 범행을 3회 반복했고, A씨 가족에게 다른 차량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사고 벤츠를 압수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이 이달부터 ‘검·경 합동 음주운전 대책’을 시행한 지 2주 만에 전국 각지에서 음주운전 차량 압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검·경은 음주운전 재범을 차단하기 위해 상습 음주운전자 등에 대한 차량 압수·몰수를 앞으로도 적극 적용할 방침이다.
대책 시행 이후 차량이 압수된 주요 사례를 보면 상습 음주운전 및 사망·부상사고 등이 대다수였다. B씨(25)는 지난달 27일 경기도 오산에서 대낮에 음주운전을 하다 보행자 등을 치고 달아났다. 이 사고로 70대 여성이 숨졌다. 경찰은 B씨의 QM6 차량을 임의제출받아 압수했다. 대책 시행 이후 1호 압수 사례였다. 전남에서는 8번의 음주운전 적발 전력 상태에서 누범기간 중 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50대 운전자가 구속되고, 차량이 검찰에 압수됐다. 강원도 춘천에서도 대낮에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주차된 차량 5대를 들이받고 차량 운전자 1명을 다치게 한 60대 운전자의 싼타페 차량이 압수됐다.
음주운전자의 차량 압수는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자 또는 다수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뺑소니 및 재범 등을 저지른 경우, 5년 내 음주운전 2회 이상 전력자가 또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3회 이상 전력자가 다시 음주운전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수사기관이 차량을 압수한 후 법원의 몰수 판결이 확정되면 차량 소유권은 국고로 귀속된다. 형법 제48조 1항에 따라 ‘범죄행위에 제공한 물건’은 몰수할 수 있지만, 이전에는 음주 차량에 대한 몰수는 적극 검토되지 않았다. 하지만 ‘도로 위 흉기’인 음주운전 차량에 의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자 재범을 막기 위한 보다 공세적인 대책이 모색됐고, 이원석 검찰총장도 압수·몰수 등 특단 대책을 지시했다고 한다.
대검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지난해 42.24%를 기록하는 등 지난 4년간 꾸준히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음주운전이 ‘묻지마 폭행’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