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성도 가옥 쑥대밭… ‘오송 참사’ 인근 교인 안전 확인 비상

입력 2023-07-17 03:01
‘역대급 폭우’로 경북과 충청 등 중남부 지역에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역교회들도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충북 청주 오송지하차도 인근 교회들은 성도들의 피해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일부 피해지역 교회들은 이재민을 교회로 피신시키고 식수를 공급하는 등 구호 사역에 동참했다.

교회 길 끊기고 성도 집 떠내려가
폭우로 사라진 경북 예천의 예천제일교회 성도의 집터. 예천제일교회 제공

주일인 16일 경북 예천제일교회(김운수 목사) 주일 예배에 출석한 성도 수는 평소의 절반이었다. 며칠간 이어진 폭우로 길이 끊겨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이들이 상당수였다. 박재덕 교회 부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성도 몇 명은 집이 떠내려가 집터만 남았고, 일터인 과수원이 잠기거나 농기계와 트럭이 물에 떠내려간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성도들은 이날 예배에서 피해를 입은 이웃 주민을 위해 기도하고 피해 현장을 찾아가 복구를 도왔다.

여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지하차도에서 1.5㎞ 떨어진 호계교회(한명희 목사)도 수마를 피하지 못했다. 집중호우로 교회 건물 지하에 있는 보일러실과 교육관, 창고가 물에 잠겼다. 성도들의 피해도 컸다. 교인 대다수가 고령이고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비닐하우스와 집이 모두 침수된 경우가 많았다.

충북 청주 호계교회 건물 지하실. 물이 들어찼다가 빠지면서 각종 집기가 나뒹굴고 있다. 호계교회 제공

한명희 목사는 “지대가 낮은 동네라서 8년 전에도 호우로 물난리가 났는데 또다시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너무 안타깝다”면서 “하루빨리 복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하차도 인근 A교회는 이른 아침부터 교인들의 안전을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B부목사는 “성도들의 피해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오송지하차도를 지나다 피해를 당한 성도가 없는지 교구 목회자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일이 전화 심방을 했다”고 전했다.

경북 봉화군 봉화교회 성도들이 16일 침수된 예배당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 봉화교회 제공

경북 봉화교회(금은실 목사)는 지난달 말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2층 예배당과 1층 사택까지 물이 새는 피해를 입었다. 예배당에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기 위한 통이 곳곳에 설치됐다. 금은실 목사는 “성도들의 피해도 극심해 대부분 임시 대피소로 피신해 있다”며 “현재로서는 피해 규모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재민 위해 예배당 개방, 식수 공급도

급박한 상황에서 일부 교회들은 피해지역 주민에게 생명줄이 됐다. 경북 문경의 우곡교회(이명환 목사)는 지난 14일 저녁 마을주민 6명을 교회 2층 본당으로 피신시켰다. 도로 옆 수로가 막히면서 역류한 물이 주민들 주택 안으로까지 들어찼기 때문이다.

집중호우로 침수된 경북 문경의 우곡교회 1층 목회자 사택 내부 모습. 우곡교회 제공

이튿날 새벽 2시쯤에는 교회 마당과 교육관, 1층 사택 현관까지 빗물이 들어와 교회마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주일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 성도들은 각자 처소에서 자체적으로 기도했다. 이명환 목사와 가족들은 시내로 피신했고, 거동이 어려운 주민 일부는 여전히 교회 2층에 머물고 있다.

이 목사는 “폭우가 쏟아지면 위험한 지역이긴 하지만 교회 1층 사택까지 침수된 건 23년 목회 중 처음”이라며 “하루빨리 삶의 터전이 회복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교회는 식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식수 배달을 자청했다. 이 교회 목사는 부양 가족이 없이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갔다. 그는 “목사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다행히 전기는 들어오니 식사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 식수를 배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폭우로 불안해하는 지역주민이 많다. 관심을 놓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조승현 김동규 유경진 장창일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