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나흘간 쏟아진 집중호우로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최대 500㎜ 이상 쏟아진 대전·세종·충남 지역에서는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전국 곳곳에서 댐이나 하천 범람 위험이 이어져 수천명이 집에서 나와 대피했다.
대전시와 세종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16일 기준 집중호우로 인한 지역 내 사망자는 모두 5명이다. 15일 오전 4시53분쯤 세종시 연동면 한 야산 비탈면에서 쏟아진 토사가 인근 주택을 덮쳐 70대 주민 1명이 숨졌다. 이어 오전 7시쯤 청양군 정산면에서 폭우에 유실된 토사가 주택으로 쏟아져 60대 여성이 사망했다. 14일에는 논산시 양지추모원 납골당에서 산사태가 나 방문객 4명이 매몰됐고 2명이 숨졌다.
같은 날 아산시 봉재저수지 일대에서 실종된 70대 남성도 16일 오전 저수지에서 3.7㎞ 떨어진 둔포면 관대교 하류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다만 이는 안전사고로 분류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공식 사망자 집계에서는 빠졌다.
13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중대본 기준 16일 오후 5시까지 충남 청양군 570.5㎜, 공주시 511.0㎜, 전북 익산시 499.5㎜, 세종시 486.0㎜ 등 중부권에 최대 500㎜ 이상의 비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금강을 비롯해 주변 하천이나 댐 등의 범람 위험도 이어졌다.
충남에서는 전날 공주시 제민천이 범람하고 청양군 치성천 제방이 붕괴됐다. 또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 인근 논산천 제방과 성동면 우곤리 인근 금강 제방 일부도 유실됐다. 충남도는 전날 공주시 요양원 3곳에서 구조된 입소자 150명을 다른 요양시설로 이송했다. 이어 제방 붕괴로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주민 203명도 청남초와 마을회관, 청어람센터 등에서 지내고 있다. 논산시 성동면 우곤리·원봉리 일대 주민도 인근 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금강 하류에 있는 익산시 산북천 일대도 제방 붕괴 가능성이 커져 용안면 10개 마을 주민 600여명이 이날 오전 6시부터 용안초와 용안어울림센터에 마련된 임시거처로 이동했다.
전날 오전에는 충북 괴산댐이 월류하기 시작해 괴산군과 충주시에서 댐 하류 지역주민 7000여명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낮 12시 기준 수위가 계획홍수위(136.93m) 아래로 내려가 현재는 위기경보를 해제한 상태다.
이밖에 호우경보가 발령된 광주·전남과 경남권에서도 산사태 등의 우려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각각 170여명, 240여명이 사전대피했다.
또 이번 호우로 국가 유산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이후 국가지정문화재에서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총 34건으로 조사됐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 내 가옥 4채의 담장이 파손됐고, 충남 공주 공산성 만하루 등도 물에 잠겼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