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 지반 붕괴와 정전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주말까지 최대 400㎜가 넘는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올해 장마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6일까지 전국 곳곳에 강한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날부터 16일까지 충청권과 전라권, 경북 북부 내륙에는 최대 40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해 시간당 30~80㎜ 비가 한꺼번에 쏟아질 수 있다.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경북 북부 내륙을 제외한 경상권에는 최대 150㎜, 강원 동해안과 제주도 남부·산지는 최대 100㎜의 비가 예보됐다.
기상청은 이번 장마전선이 올 여름 형성된 장마전선 가운데 가장 강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폭우는 중국 산둥반도 부근에서 다가오는 정체전선과 그에 동반한 저기압의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몽골 지역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부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충돌해 더욱 규모가 커졌다. 한반도 허리에 동서로 길고 폭이 좁게 형성된 정체전선은 남북을 오르내리며 비를 집중적으로 뿌릴 것으로 보인다.
장맛비는 다음주까지도 그치지 않고 내릴 예정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오는 18일까지 정체전선이 북상하다가 다음날에는 다시 남하해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일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중부지방에는 무더위도 찾아온다.
‘폭포비’가 쏟아지면서 전국 곳곳에 비 피해도 잇따랐다. 이미 전날부터 많은 비가 내려 이날 오후 4시 기준 주요 지역 누적강수량은 서울 노원구 206.5㎜, 경기 남양주 창현 214.0㎜, 전북 군산 371.6㎜, 익산 함라 369.0㎜ 등에 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지난 9일부터 내린 비로 전국 7개 시도에서 67세대 136명이 일시 대피했다.
전날 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는 도로를 받치던 축대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쏟아져내린 토사가 도로 아래에 있던 집들을 덮쳤다. 재개발 구역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계속되는 비로 추가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는 쓰러진 가로수가 고압선을 끊어 인근 2000여 세대가 정전 피해를 입기도 했다.
강과 하천물이 불어나면서 고립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는 폭우로 불어난 하천을 건너려다 차량 시동이 꺼져 고립됐던 남성 2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특히 이날 비가 집중된 충청권과 호남권 주요 하천에는 홍수 특보도 발령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호우 대처 상황점검회의에서 “임진강 상류인 황해도에도 많은 비가 예상돼 북한의 황강댐 방류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필승교 수위를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군남댐 홍수조절 기능을 적시에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