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눈을 깜빡이는 데 평균 0.4초 걸린다.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올리비아는 인간이 조금 더 느리게 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느린 삶에는 화장실에 더 오래 머물기, 운동 안 하기, 천천히 눈감았다 뜨기 등이 포함된다. 올리비아는 대화 도중 상대방이 눈을 깜빡일 때면 0.4초 간격으로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다고 느꼈다. 또는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고. 그렇다면 인간은 하루에 1만 5000번 변신하는 셈이다. 이는 내가 절대로 나 자신에게 적응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리비아는 눈을 덜 깜빡이되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은 길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가 구상중인 세계의 인간은 한 번 눈을 깜빡일 때 3초 정도 걸린다. 나는 우리가 조금 더 오래 눈을 감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믿어요. 나는 그게 인간의 건강에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가 지어낸 세계에서 인간은 나이를 먹을수록 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가령 80세 노인은 눈을 깜빡일 때 10초 걸린다. 두 노인이 대화를 나누며 번갈아 10초씩 눈을 감는 바람에 장기나 체스 한 판을 끝내는 데 오래 걸린다.
사람들은 눈을 너무 오래 감고 있는 나이든 사람을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은 적응하고 있다”
라고.
(…)
-문보영 시집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 중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느려진 세계, 예를 들어 3초 정도 눈을 감고 있다가 뜨는 세계를 상상한다. 왜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일까. 인간이 조금 더 느리게 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