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입원지원센터 입구에는 ‘금일부터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으로 운영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센터 문은 닫혀 있었고, 불도 꺼진 채였다. 평상시라면 입원 환자 집중 치료를 위해 검사를 진행하는 등 업무에 분주했을 시간이었다. 이 병원은 수술 일정 등 안내 전화를 담당하는 인력도 파업에 동참하면서 제대로 통화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병원을 찾은 한 환자는 “파업 때문에 진료 접수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니 답답하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고려대구로병원의 경우 오전 응급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공문을 119에 보내 이송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이 병원 중환자 응급수술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이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되면서 의료현장 곳곳에서 혼란과 불편이 빚어졌다. 전국 140개 의료기관의 간호사와 약사 등 4만50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한 여파로 외래 진료나 수술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응급환자 대응에도 구멍이 생겼다.
폭우 속에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열린 총파업대회에 참가한 노조원들은 파업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며 규탄했다. 우비를 입고 머리에는 ‘단결 투쟁’이라고 쓰인 빨간 띠를 맨 노조원들은 ‘국민건강 지키는 산별 총파업 승리’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충, 보건의료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등을 요구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여 명, 경찰 추산 1만7000명이 참가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파업을 앞두고 보건복지부는 대화와 협상을 중단했다”며 “대화를 끊은 복지부가 파업을 유도한 것이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주무부서 복지부가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거듭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당정 현안점검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노동법이나 의료법 관련 조항을 지키지 않는 노동쟁의로 국민 건강과 생명에 큰 지장을 주면 정부가 불가피하게 조치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조 장관은 “보건의료노조가 민주노총 파업 시기에 맞춰 정부 정책 수립과 발표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보건의료노조는 환자 곁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도 YTN방송에 출연해 “이번 파업은 국민을 겁박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업무개시 명령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나 위원장은 “(보건의료 노조) 파업은 법적인 절차와 과정을 다 거친 합법파업”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파업 돌입 이후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했다. 위기경보 격상에 따라 ‘의료기관 파업 상황점검반’은 ‘중앙비상진료대책본부’로 전환된다. 당정은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긴급환자를 후송하고, 입원환자 전원이 필요한 경우 인근 병원으로 신속하게 옮겨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차민주 백재연 박성영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