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례 연속 금리 동결… 한은 “금통위원 모두 3.75% 열어둬”

입력 2023-07-14 04:08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연내 금리 인하 여부로 쏠리고 있다. 올해 4분기 금리 인하설에 대해 한은은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연말까지는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지난달 2%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이후 다시 3% 안팎으로 높아질 가능성, 미국의 긴축 기조와 국내 가계부채 흐름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시장에서는 약 6개월간 계속된 동결 결정을 2021년 8월 시작된 금리 인상기 종료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인하 시점은 오는 10월 금통위 이후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모두 당분간 (기준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며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금통위원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6명은 지난 5월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향후 3개월간 기준금리 정점을 3.75%로 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대로 낮아졌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데다 국내 근원물가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 반영됐다.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도 영향을 미쳤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갑자기 너무 늘어나면 기준금리는 올릴 수 있는 옵션으로 놔둬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금통위원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06%에서 올해 103% 수준으로 낮아졌는데, 중장기적으로는 GDP 대비 80%까지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은은 MG새마을금고 사태 등 금융불안 리스크도 고려했다. 이 총재는 “(새마을금고 가운데) 건전한 곳이 있고 더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곳이 있다”며 “쉬운 과정은 아니겠지만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동결 결정으로 한·미 기준금리 차는 1.75% 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연준이 오는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25% 포인트만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한·미 기준금리 차는 사상 최대 폭인 2% 포인트로 벌어진다. 이 총재는 “최근 반도체 경기 등이 좀 나아지면서 외국에서 채권도 들어오고 외화 수급 사정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