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회의 미래를 열기 위해… 교회사를 읽자

입력 2023-07-14 03:03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교회의 난제를 풀기 위해선 역사 공부가 먼저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고 미래는 현재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무속적 기복신앙, 교역자에 대한 맹종, 극단적 개교회주의, 가부장적 문화와 가치관 등의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교회의 미래를 열기 위해선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어제와 오늘을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한다. 국내외 교회사를 다룬 최신 저술을 소개한다.

새로 쓴 한국 기독교의 역사/류대영 지음/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새로 쓴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류대영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교수가 저술했다. 류 교수는 서울대와 미국 유니언신학교, 하버드대, 밴더빌트대에서 영문학 구약학 미국사 기독교 역사 등을 공부했다. 이번 책은 2018년 처음 나온 ‘한 권으로 읽는 한국 기독교 역사’의 전면개정판이다. 류 교수는 이 책의 쇄를 거듭하며 수정을 거쳤고, 지난해엔 영국의 유명 출판사 라우틀리지(Routledge)에서 ‘A History of Protestantism in Korea’ 이름으로 영문 저술도 선보였다.

류 교수는 1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영어판을 쓰면서 한글판의 아쉬운 점이 보였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개정판 책의 문장을 처음부터 새로 썼다”고 밝혔다. 책 제목에 ‘새로 쓴’이 가미된 이유다. 류 교수는 책 서문에서 ‘중용’ 마지막 장 군자의 도를 인용한다. “담담하나 싫증나지 않고, 간략하나 세련되며, 따뜻하나 조리있다.”(淡而不厭 簡而文 溫而理) 저자는 “좋은 글이 그럴 것인데,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담담하고 간략하지만 세련되고 따뜻한 언어로 한국 교회사를 만날 수 있다.

책은 구한말 만주 고려문에서 한 스코틀랜드 선교사가 전해준 성서 한 권에서 시작한 한국의 개신교를 마주한다. 한 톨의 겨자씨가 땅에 뿌리내려 울창한 숲을 이루듯, 성서 한 권에서 시작한 개신교가 오늘날 900만의 성도를 낳은 역사를 되돌아본다. 개신교 이전의 기독교 전래부터 해외 선교사의 입국과 활동, 초기 교회 건설, 망해가는 나라와 교회의 부흥, 기독교 민족운동의 태동, 3·1운동과 한국교회, 농촌 운동을 주도한 기독교, 해방과 전쟁 속에서의 교회, 교회 성장의 빛과 그림자, 북한교회의 시련과 변화, 그리고 한국교회의 오늘까지 짚는다.

류 교수는 “개항기 개신교는 신세계나 다름없던 서구문물의 담지자였다”면서 “해방 이후에도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청소년 문화의 산실이었고, 민주화·인권·통일운동을 이끈 동력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젠 사회의 제반 영역 가운데 교회가 앞서가는 분야를 찾기 어렵다며 한국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이끄는 여러 문제에서 많은 개신교인이 가장 보수적 준거집단에 속한다고 비판한다.

류 교수는 “사람들을 미래로 이끄는 데 사용돼야 할 교회의 힘과 자원이 역사의 흐름에 저항하는 데 낭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화 시절 ‘잘살아 보세’란 욕망과 더불어 성장한 한국 개신교가 이제는 성육신의 그리스도처럼 자기 비움의 미학으로 세속 사회의 극단적 양극화를 막는 대안적 공동체로 거듭나야 함을 내비친다.

세계교회사/헤르베르트 구트쉐라, 요아킴 마이어, 외르크 티르펠더 지음/권오성 옮김/대한기독교서회

대한기독교서회가 발간한 ‘세계교회사’는 ‘에큐메니컬 관점에서’란 부제가 붙어있다. 독일의 저명한 개신교와 가톨릭 신학자들이 교회일치와 연합의 관점에서 교회사를 다뤘다. 서로마 중심 라틴 문화권의 가톨릭, 동로마 중심 비잔틴 문화권의 정교회, 그리고 종교개혁에서 출발한 개신교가 2000년 동안 각자 그리고 함께 십자가와 부활의 신앙을 증거하고 실천한 모습을 담고 있다. 교회연합운동에 앞장서 온 권오성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전 총무가 독일어 원문을 번역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