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작가들이 주도하는 요즘 한국 문학계에서 젊은 남성 작가를 찾아보자면 박상영이란 이름이 아마 제일 먼저 불릴 것이다.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후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1차원이 되고 싶어’ ‘대도시의 사랑법’ 등 5권의 책을 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지난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은 박상영의 두 번째 에세이집이다. 첫 에세이집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가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라면, 새 에세이집은 휴식과 여행을 주제로 그동안 발표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술술 읽히는 글들을 따라가다 보면 교실에서 친구들을 모아놓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10대의 박상영을 연상하게 된다. ‘유머와 페이소스의 작가’로 불리는 박상영의 스타일은 에세이에서도 여전하다. 유머에 진심인 작가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작가의 에세이는 그의 문학적 배경과 작가로서의 일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박상영은 이 책에서 자신의 20대와 30대를 묘사한다. 웃기고 찌질하고 불안하고 벅찼던. 그는 글을 쓰고 싶었지만 작가는 감히 꿈도 못 꾸고 기자를 준비했다. 작가가 된 후에는 책 세 권을 쏟아내고 번아웃을 맞았다. 3개월 간의 가파도 레지던스 생활을 기록한 2부는 단편소설처럼 읽힌다.
이 모든 이야기 속에는 글을 고민하는 박상영이 있다. 여행이나 휴식은 언제나 일상이나 일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한다. 박상영도 여행은 휴식이 아니라 일상을 환기하는 시간에 가깝다고 말한다. “일상 한중간을 꿰뚫어, 지리멸렬한 일상도 실은 살 만한 것이라는 걸 체감하게 하는 과정일 수도.”
김남중 선임기자